尹泰淳 < 자산운용협회 회장 >

최근 머니마켓펀드(MMF) 익일(翌日) 입출금제 시행을 계기로 단기금융시장과 MM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MMF는 양도성 정기예금증서(CD)와 더불어 우리나라 단기금융시장의 대표상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CD 발행 잔액은 78조원으로 2007년 1월 현재 단기유동성(부동자금) 546조원 가운데 14%를 차지하고 있다. CD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MMF의 설정잔액은 지난 21일 현재 60조원으로 부동자금의 약 11%에 이른다. 단기금융시장에서의 이 같은 위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MMF는 그 역할에 비해 저평가돼온 게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은행이 제시할 수 있는 금리가 법으로 제한돼 실세금리보다 낮아지자 이에 착안한 자산운용업계가 주로 단기정부채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MMF를 도입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당시 시중 단기금리의 급등을 완화하고 기존 투신사의 영업력을 확충할 목적으로 도입돼 주식형이나 채권형 펀드와 다른 취급을 받았다.

MMF는 도입초기에는 공사채형(公私債型) 펀드 수탁고의 20%까지만 허용됐으나 점차 투자대기자금의 단순한 집합처가 아닌 다른 펀드와 대등한 하나의 상품으로 발전하게 됐다. 그러나 MMF 수탁고가 급속히 증가하면 자본시장이나 금융시장에 미칠 위험이 항상 존재한 까닭에 위험을 줄이기 위해 1998년 10월부터 편입 유가증권의 잔존만기 제한 및 신용등급 강화 등의 조치가 거의 매년 이어졌다.

2000년 이후 장기금리 급등이나 2003년 SK글로벌,카드채 불안 등 자본시장에 충격이 올 때마다 MMF에서 대량 환매가 발생하자 정부당국은 편입자산에 대한 제한을 더욱 강화했고,2004년 이후에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따라 개인 투자자와 법인 투자자 간에 있을 수도 있는 차별까지 고려해 법인용과 개인용을 구분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과 입출금의 편리성,그리고 투명성과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MMF시장도 확대돼,2007년 1월 말 현재 전체 수탁액(受託額) 가운데 비중은 미국의 22.3%와 비슷한 약 24.5%다. 단기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금융시장 급변에 따른 MMF에서의 대량 환매는 일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2006년 말 MMF에서 보유한 기업어음(CP)은 약 7조8000억원으로 기업어음 전체 잔액의 약 48%를 차지한다. 단기금융시장에서 MMF의 역할에 대해 '물을 가둬 두었다가 필요한 곳에 흘려주는 저수지'에 빗댄 견해는 참으로 적절하다고 하겠다.

이제 MMF는 시험기에 들어섰다. 개인용 MMF에도 익일 입출금제가 시행되면서 당일 입출금에 따른 편리함에도 다소의 변화가 생겼다.

당일거래제는 전날 가격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오늘 가격변동이 있는 경우 실제가격과 거래가격 간의 차이로 고객 간 불평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전세계적으로 펀드는 익일 입출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법인용 MMF는 작년 7월부터 익일 입출금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당일 입출금이 어려워지자 익일거래제 시행일 전후 16거래일 간 약 21조원이 이탈,일시적으로 금융시장에 혼란이 오기도 했다. 정책당국과 자산운용업계,판매사 등은 이 같은 전철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법인과 달리 개인용 MMF에 대해서 주식매입ㆍ자동이체 등과 연계된 거래의 당일결제 허용,수익증권 담보대출 활성화,판매회사의 고유재산에 의한 당일 환매 등의 보완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MMF 개인투자자는 익일거래에 따른 불편을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다. MMF는 이번 제도를 통해 더욱 신뢰할 만한 상품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쉬운 점은 MMF에 대해서도,일시적으로 자금을 두는 수단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장기적인 투자설계에서 효율적인 자금계획과 운용의 일차적 수단으로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MMF가 안전하고 투명하고 수익성이 높은 단기금융시장의 대표상품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