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暢賢 <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작년 11월 아프리카의 정상들이 중국 베이징으로 모여들었다. 무려 48개국의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엄청난 모임이었다. 모임의 이름은 '중국 아프리카협력포럼'. 다양한 방안이 모색됐고 이 모임에서 중국은 아프리카와의 협력 강화를 위한 8개항 조치를 발표했다. 그런데 그 내용은 중국이 아프리카에 신식민지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을 정도로 '화끈'했다. 백미(白眉)는 부채탕감. 중국은 대만과 수교(修交)를 맺고 있는 5개국을 제외한 48개국에 대해 2005년 말 만기인 부채를 전액 탕감한다고 발표했다. 액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규모가 약 1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이 모임에서만 20여억달러에 달하는 신규 무역거래 계약이 체결됐다.

결국 중국은 무려 10조여원을 포기하면서 아프리카의 원유와 광물자원 및 건설공사에 '베팅'한 것이다. 세계를 경영해본 제국의 통 큰 모습과 함께 이들이 그리고 있는 미래의 구상이 어떤 것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친김에 중국은 최근 국가투자회사인 롄후이공사를 연내에 설립해 투자규모를 3000억달러 정도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조직은 싱가포르의 테마섹을 벤치마킹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지하다시피 싱가포르의 테마섹은 싱가포르 투자청과 함께 약 7000억달러를 운용하는 글로벌 투자기관이다.

흥미 있는 것은 이 공사의 자금조달 방법이다. 롄후이는 중앙은행의 달러를 직접 받지 않고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은 후 이 자금으로 중앙은행의 달러를 사들여 공격적 투자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자금으로 보다 다양한 형태의 자원개발 사업에 나서면서 에너지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위 차이나 머니가 움직이고 있다. 그것도 무섭게 말이다. 1조달러를 돌파한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중국은 다양한 투자대상과 전략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더 이상 외환보유고를 쌓지 않고 들어오는 달러를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나왔다는 점이다.

그뿐인가. 이슬람도 움직이고 있다. 2006년 중동지역 금융자산 규모는 약 8000억달러에 이른다. 그리고 9·11 테러 이후 서방국가들이 테러자금 추적을 강화하고 중동지역 자금이 이와 연결돼 주목의 대상이 되자 이들 자금의 상당부분이 중동에 머물며 '이슬람달러'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제 이슬람 금융 회사들은 이를 직접 운용할 정도로 금융기법을 연마했다. 최근 파키스탄에까지 사모(私募)펀드가 설정됐는데 이 펀드는 아랍에미리트의 아라지 캐피털과 파키스탄의 BMA 캐피털이 설정했고 약 3억달러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그동안 금융 분야에서 뒤처진 것으로 보이던 이슬람마저 움직이고 있다. 이제 이들 이슬람 달러와 차이나 머니는 전 세계를 무대로 공격적 전략을 통해 기업을 사냥하고 기술을 확보하고 에너지원과 자원을 개발하는 데에 투자될 것이다. 나아가 이들 돈의 일부는 약소국 빚 탕감 같은 프로젝트에 투입돼 세계 경영전략 실행에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눈을 안으로 돌려보면 우리의 모습은 어쩐지 초라하고 불안하다. 외환위기 10년이 되는 지금 우리는 아직도 위기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엉거주춤하고 있다. 외환보유고를 2400억달러씩이나 쌓아 놓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투자공사가 야심차게 출범은 했으나 여태까지 투자실적은 겨우 26억달러 수준이다. 게다가 아직도 산업자본 금융자본 운운하며 그동안 일껏 키워놓은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으로 전이(轉移)될 수 있는 길을 확 트지 않다 보니 실적이 영 시원찮다.

제조업부문에서 일본이 앞서가고,중국이 우리를 추월할 거라며 샌드위치 경제를 걱정하지만 이대로 가다가 제조업만이 아닌 금융 분야까지 중국에 추월(追越)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범한류자본의 시대,코리아 머니의 시대는 언제나 올까.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