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둘러싼 정치권 내 갈등의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협상 반대파인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단식농성으로 '배수진'을 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국민중심당 등 군소정당들이 반대투쟁에 동참하기로 합의했고,이에 맞서는 한나라당은 반(反) FTA 세력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양측의 갈등은 한·미FTA 협상을 진두지휘했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29일 인사청문회에서 그대로 재연될 전망이어서 총리 인준 과정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 김효석,민주노동당 권영길,국민중심당 정진석 등 비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28일 긴급 회동을 갖고 "시한에 쫓기는 한·미FTA 졸속협상에 반대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 원내대표는 "지금과 같은 졸속 협상이 타결된다면 국회 비준문제와 관련해 후속투쟁을 심각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담을 마친 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농성 중인 천정배·김근태·임종인 의원을 격려방문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인 '민생정치모임' 소속 의원들도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반대 입장을 천명하며 FTA 반대세력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이날 '한덕수 총리 지명자,국익을 위한 올바른 선택으로 볼 수 없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한 후보자는 통상전문가라기보다는 국익과 민생을 훼손한 실패한 협상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범여권의 FTA 반대투쟁을 '정치적 제스처'로 폄하하며 비난여론 조성에 힘썼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참여정부에서 여당 의장과 장관을 지낸 두 사람이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무대에 올랐지만 희극이 돼서 관객들이 웃고 있다"며 "대선주자로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자기입지를 튼튼히 하려는 것이 첫째 목적이고,반(反) FTA 조직을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삼으려는 것이 둘째 목적"이라고 꼬집었다.

유기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기회주의 행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