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은행과 증권사 창구에서 배당주펀드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어요. 알고 보니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배당주펀드가 유망하다고 소개됐다더군요."

배당주펀드로 잘 알려진 한 자산운용사의 마케팅 담당 이사가 최근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그는 "주가가 빠져도 배당주펀드는 수익을 낼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고객도 많았다"며 "배당주펀드가 하락장에서 수익률 방어력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증시가 부진하면 손실이 날 수 밖에 없는 데도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일요일 저녁에 방송되는 한 공중파 방송사의 인기 오락 프로그램에서 다룬 내용을 둘러싸고 벌어진 촌극이다. 이 프로그램의 재테크 관련 코너는 지난해부터 펀드를 비롯한 주요 투자상품을 전문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펀드처럼 어렵게 생각되던 투자상품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자는 취지다.

문제는 오락 프로그램의 특성상 자극적인 표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는 점이다. 물론 전문가와 상의를 거치라는 경고 문구가 따라붙긴 하지만 효과가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이 코너에 나왔던 상품설명 중 몇 가지를 추려봤다.

"배당주펀드는 주식시장의 업다운과 상관없이 (증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 몫을 하고 있다."

"작년에 실망스러웠던 일본펀드는 올해는 돈이 된다."

전문가들은 시청자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 오락 프로그램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무척 위험해 보이는 표현들이라고 지적한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표현 문구 하나하나까지 엄격히 규제하는 펀드광고와 달리 방송 프로그램은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에 간혹 무리한 표현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대중에게 투자상품을 쉽게 소개하려는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지난해 중국과 베트남펀드,올해 초에는 일본펀드 등 국내 투자자들이 특정 상품으로 몰리거나 '뒷북가입'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공중파 방송의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아쉬워했다.

박해영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