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개인 기업 정부 등은 정보통신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 세계경제포럼(WEF)이 이에 대한 지표인 '네트워크 준비지수'를 122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는 작년보다 5계단이나 떨어진 19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은 거의 대부분 유럽과 미국이 차지했고 아시아 지역에서도 우리나라는 싱가포르(3위), 대만(13위), 일본(14위) 등에 뒤졌다는 점에서 우리가 과연 IT 강국(强國)인지 의문이 생긴다.

물론 우리나라가 세계 선두권을 달리는 부분도 있다. 인터넷 이용률,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 정보통신기술 확산 정도, 전자정부 준비도 등은 세계 1~5위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보통신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 창업 인프라, 벤처캐피털 등 법·제도와 혁신금융 등의 측면에서는 평균 이하였다. 물리적인 기술 잠재력은 상당한데 법·제도 등 사회적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혁신(革新)과 성장이 방해받고 있다는 얘기다.

WEF의 이런 평가결과는 지난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정보통신 규제를 모니터링한 보고서와도 일맥상통한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내부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느끼고 있는 것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설득력있게 들린다.

사실 근래 들어 우리 경제의 주요한 성장동력 역할을 해왔던 IT산업이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일부 IT 인프라에 앞섰던 것으로 우리가 IT 강국이라고 착각을 했거나, CDMA 등 몇 가지 성공신화에 도취해 그 다음의 준비에는 정작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같은 우려와 지적이 충분히 나올 만한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서비스, 콘텐츠 측면에서 IT 인프라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솔직히 생각해 볼 점이 많다. 특히 방송통신 융합 등 새로운 추세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그 준비가 대단히 더디다. 이것이 기술적 문제 때문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소관 부처의 영역다툼에다 법과 제도의 미비로 그런 것이고 보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기술발전이 법·제도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다시 기술발전을 촉진시키는 방식으로 기술과 법·제도 사이의 '공진화(共進化')가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정보통신의 경쟁력, 다시 말해 네트워크 준비지수가 향상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