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지 않는 자전거는 넘어집니다. 저는 떠날지라도 하이닉스의 항해는 계속돼야 합니다."

하이닉스반도체 경영 정상화를 이끈 우의제 사장이 29일로 임기를 마치고 회사를 떠났다.

2002년 7월 사장으로 취임한 지 4년8개월 만이다.

우 사장은 이날 열린 주주총회 직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임사를 통해 지난 5년여간의 추억을 되짚고,향후 하이닉스의 발전을 기원했다.

그는 "처음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장차 회사를 떠나게 될 때 하이닉스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에 대해 무거운 마음으로 고뇌했었다"며 "일각이 위태롭고 어려웠던 순간들"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매일 마주치는 젊고 힘찬 여러분의 눈빛이 저를 일깨워줬고,여러분의 저력이 있었기에 하이닉스호의 선장으로서 키를 잡은 손에 힘이 실렸었다"며 "하이닉스 신화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들"이라고 임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우 사장은 이어 "막상 떠나려고 하니 아직도 앞에 놓인 과제들이 떠올라 걸음이 무겁다"며 애정어린 조언도 했다.

그는 "앞으로 하이닉스호가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라는 항구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헤쳐 나가야 할 높은 파도들이 많다"며 "차세대 메모리 개발과 신규 부지 문제 해결 등으로 경쟁자들과의 간격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르지 않는 자전거는 넘어지듯이 자신과의 싸움이 힘겹게 느껴지더라도 스스로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며 "항상 새롭게 시작한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노력한다면 하이닉스 앞에 놓인 난관은 조그마한 파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사장은 끝으로 "지난 5년간 하이닉스 임직원들과 동락했던 시간이 더없이 값지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몸은 떠날지언정 하이닉스를 사랑하는 마음은 남겨 두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