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이론을 지지해온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미국의 고용감소 효과가 심각해지는 등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데 자극받아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아시아판이 29일 보도했다.

문제의 인물은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과 빌 클린턴 행정부 1기 때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멤버를 역임했던 사람이다.

그는 지난 2001년 “애덤 스미스 이후 99%의 경제학자들이 그래온 것처럼 본인도 자유무역 신봉자”라고 밝혔듯이 자유무역옹호론자였다.

그러던 블라인더는 ‘제2의 산업혁명’인 IT기술 확산으로 자유무역에 대한 사고를 바꾸게 됐다고 저널은 전했다.

IT 발달로 온라인 거래가 급속히 확산됨에 따라 향후 10-20년간 미국에서만도 최대 4천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이는 오늘날 미국 제조업이 창출하고 있는 일자리의 두배가 넘는 규모라고 블라인더는 강조했다.

따라서 “요즘 미국에서 우려되는 고용 불안은 (앞으로를 예상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블라인더의 전망이라고 저널은 전했다.

블라인더는 또 세계화로 인한 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특히 지난 90년대초 일본이 조만간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인들 사이에서 확산된 것도 무역자유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바뀌도록 하는 단초가 됐다는 점도 밝혔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블라인더는 5월 하버드대에서 학문적 라이벌인 컬럼비아대의 자그디쉬 바그와티 경제학 교수 등과 자유무역의 효용성등을 놓고 한바탕을 논쟁을 벌일 예정이다.

안정락 기자 ji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