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귀국 즉시 경제부총리 보고받아
"대통령 직접 대외경제장관회의 주재 가능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시한을 만 하루도 채 남겨놓지 않은 30일 오전 청와대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중동 순방 기간에 사실상 비상체제를 가동했던 청와대는 이날 오전 귀국한 노 대통령에게 FTA 협상에 대한 막판 보고를 준비하느라 숨가쁘게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10분께 서울공항에 안착, 헬기를 이용해 청와대에 도착하자마자 대기중이던 권오규(權五奎) 경제부총리, 김현종(金鉉宗) 통상교섭본부장 등 한미 FTA 협상 관련장관들로부터 진행중인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전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최대한 유연하게 협상키로 합의한 노 대통령은 이날 보고를 받은 뒤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되 쌀과 쇠고기 등 농업문제는 물론 섬유와 자동차 등 국내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부분에서 최대한 국익을 지켜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보고 직후에도 관련 참모들로부터 협상장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으면서 상황을 체크하는 등 순방 여독을 안은 채 FTA 협상에 집중했다.

특히 이날 오후 한미 FTA 협상 최종점검을 위해 열리는 권 부총리 주재의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상황에 따라서는 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상황이 어떻게 결론날 지 아무도 단언하지 못한다"며 "오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대통령께서 직접 주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협상장 분위기가 전날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계기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통화를 하기 전에는 협상이 굉장히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정상 통화 이후 합의점 도출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라고 상황을 전했다.

노 대통령 중동 순방 중 비상체제를 가동했던 청와대는 매일같이 변양균(卞良均) 정책실장의 책임하에 협상 상황을 점검하고, 한미 FTA 점검을 위해 대통령 순방에서 빠졌던 김용덕(金容德) 경제보좌관도 휴일을 반납한 채 전략 짜기에 골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타결과 부결을 모두 감안해 그에 따르는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대국민 메시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왔다"고 말했다.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든 무산되든 노 대통령은 1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