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성장으로 전 세계의 연구대상이 되어온 한국경제가 최근 경제성장률 5% 이하 추락 등 심각한 피로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가 급변하는 대내외적 경제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선진통상국가 실현을 위한 중장기 통상전략 연구' 시리즈(채욱 외 지음,전5권)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국내 대표학자들이 만들어 낸 노작이다. 이 보고서는 우리 경제의 성장부진이 국제 경쟁력 저하,구조개혁 지연,투자환경 악화,신기술 및 지식 서비스 산업 육성 지연,이해관계자 간의 갈등 확산이라는 복합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우리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3대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는 '혁신경제로의 이행'이다. 우리 경제가 요소 투입ㆍ산출이라는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제품생산 역량을 원동력으로 삼는 체제로 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성장 친화적 분배'다. 성장과 조화를 이루면서 국민 모두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적절한 사회 안전망 체계를 마련해 주는 것을 뜻한다. 셋째는 '효율적인 거버넌스 구축'으로 민간의 경제활동이 안정된 법규제의 틀 안에서 융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경쟁력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개방친화적 사회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대한 전략 세 가지도 제시돼 있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내 기업의 혁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실질적 열린경제',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활용한 시장접근 확대와 에너지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적 협력경제',통상정책이 사회적 신뢰와 설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효율적 통상 거버넌스'가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통상전략도 현안위주의 단기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고 새로운 경제 비전과 방향을 포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시장개방은 무조건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개방과 혁신적인 구조조정 노력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는 변화된 통상환경에 맞는 중장기 종합보고서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갖고 있다. 다만 10대 실천과제(Agenda)와 30대 실행과제(Action Plan)를 제시하고 그 대안도 열거하고 있으나 학계의 논의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려운 것들도 포함돼 있다. 향후 정부와 산업계,노동계,학계,시민단체 등과 논의를 거쳐 정제돼야 할 제안들이 여러 개 눈에 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우려를 염두에 두고 위에서 제시한 전략의 실현을 위한 상세 속편들이 준비되고 있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각권 200~270쪽,7000~1만원.

지혜양 외교통상부 APEC협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