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머나먼 '중동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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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일행이 레바논으로 가기 위해 도착한 29일 오후(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왕족 비행장. 떠날 시간이 되자 한 쪽 구석에선 아쉬운 작별이 이뤄졌다. 레바논행 비행기에 타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사람은 반 총장 동행 취재단인 이스라엘 에디오트 아로노스지의 오를리 아줄레이 기자. 바로 사우디 입국비자를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 반 총장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비자를 받아 사우디에 입국한 사람이다.
아줄레이 기자는 뉴욕을 떠나던 지난주 레바논으로부터 비자를 받았다. 따라서 사우디가 문제였지 레바논 입국은 문제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며칠 전 레바논은 입국불허를 통보했다. 아줄레이 기자는 프랑스와 이스라엘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적대국인 이스라엘 국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레바논의 설명이다. 반 총장이 전날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과의 회담 때 입국허가를 요청했지만 레바논은 완곡히 거부했다.
레바논은 미안했던지 사우디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1등석 좌석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줄레이 기자는 이를 단번에 거부했다. 돌아서는 길에 "이미 레바논에 두 번이나 갔다왔으며 북한 시리아 이란도 다녀왔다"며 "국적과 이념에 관계없이 언론인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이 보장돼야 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아줄레이 기자를 돌려 보내고 3시간여를 날아 도착한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 입국장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무장병력이 곳곳에 배치됐고 경호원들이 유엔 대표단보다 훨씬 많았다. 공항에서 호텔로 향하는 길은 아예 전시상황을 방불케 했다. 무장병력이 모든 길목을 차단한 채 줄지어 선 것은 물론 장갑차와 탱크까지 동원됐다. 하늘에선 헬리콥터가 함께 날며 입체경호를 펼쳤다. 호텔 앞엔 아예 진지가 구축됐다. 대표단이 묵는 층마다 경호원이 배치돼 밤을 꼬박 새웠다. 위험하다던 팔레스타인보다 몇 배나 심했다.
최근 중동지역엔 새로운 평화바람이 불고 있다. 이날 끝난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도 지역분쟁 해결방안이 논의됐으며 다르푸르사태 등은 일정한 진전도 보았다. 그러나 아줄레이 기자의 이탈과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는 베이루트의 경호모습을 보면서 중동에 평화가 정착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루트(레바논)=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아줄레이 기자는 뉴욕을 떠나던 지난주 레바논으로부터 비자를 받았다. 따라서 사우디가 문제였지 레바논 입국은 문제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며칠 전 레바논은 입국불허를 통보했다. 아줄레이 기자는 프랑스와 이스라엘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적대국인 이스라엘 국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레바논의 설명이다. 반 총장이 전날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과의 회담 때 입국허가를 요청했지만 레바논은 완곡히 거부했다.
레바논은 미안했던지 사우디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1등석 좌석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줄레이 기자는 이를 단번에 거부했다. 돌아서는 길에 "이미 레바논에 두 번이나 갔다왔으며 북한 시리아 이란도 다녀왔다"며 "국적과 이념에 관계없이 언론인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이 보장돼야 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아줄레이 기자를 돌려 보내고 3시간여를 날아 도착한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 입국장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무장병력이 곳곳에 배치됐고 경호원들이 유엔 대표단보다 훨씬 많았다. 공항에서 호텔로 향하는 길은 아예 전시상황을 방불케 했다. 무장병력이 모든 길목을 차단한 채 줄지어 선 것은 물론 장갑차와 탱크까지 동원됐다. 하늘에선 헬리콥터가 함께 날며 입체경호를 펼쳤다. 호텔 앞엔 아예 진지가 구축됐다. 대표단이 묵는 층마다 경호원이 배치돼 밤을 꼬박 새웠다. 위험하다던 팔레스타인보다 몇 배나 심했다.
최근 중동지역엔 새로운 평화바람이 불고 있다. 이날 끝난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도 지역분쟁 해결방안이 논의됐으며 다르푸르사태 등은 일정한 진전도 보았다. 그러나 아줄레이 기자의 이탈과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는 베이루트의 경호모습을 보면서 중동에 평화가 정착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루트(레바논)=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