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30일 '2007년 세계 2000대 기업'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 기업의 약진이다.

중국 기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계속된 경제성장에 힘입어 규모와 성장성 측면에서 빠르게 서방 기업을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기업(홍콩 기업 제외)은 500대 기업 순위에서 이미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세계 기업 판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포브스가 자산규모 순익 매출액 시가총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석한 이번 조사에서 세계 20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은 44개로 한국의 52개에 비해서는 8개가 적다.

그러나 양국 기업의 성장 속도는 크게 달랐다.

올해 새로 2000대 기업에 진입한 중국 업체는 12개에 달한 반면 한국은 2개에 그쳤다.

이로써 한국과 중국의 2000대 기업 수 차이는 작년의 22개에서 올해 8개로 줄어들게 됐다.

2000대 기업 내 일본 기업은 291개나 된다.

포브스 조사 범위를 500대 기업으로 좁히면 한국과 중국의 기업 순위는 이미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500대 기업에 진입한 중국 기업 수는 작년 7개에서 올해 11개로 늘어난 반면 한국은 11개에서 9개로 오히려 감소,중국이 한국 기업을 웃돌았다.

중국 기업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의 대기업 육성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중국은 '2010년까지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에 자국 기업 50개 이상(현재 11개)을 진입시킨다'는 것을 목표로 동종 업계 국유 기업을 M&A(인수·합병)하는 등 기업 대형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공상은행과 중국은행은 작년 이뤄진 홍콩과 상하이 증시 상장에 힘입어 100대 기업에 새로 진입했다.

특히 중국은행은 작년 2000대 기업에도 진입하지 못했으나 올해 일약 82위에 오르는 위력을 발휘했다.

중국 상무부 다국적기업연구소의 왕즈러 소장은 "그동안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던 중국 기업들은 이제 규모뿐만 아니라 수익성 면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며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이 세계 업계 중심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100대 기업의 경우 중국 기업은 5개가 포함됐으나 우리나라는 63위에 오른 삼성전자 1개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8위에서 63위로 15계단 뒤로 밀렸다.

한편 세계 전체로는 씨티그룹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종합순위 1위를 지킨 데 이어 BOA HSBC 등 금융기관들이 각각 2,3위를 기록해 전 세계적으로 금융 업체들의 실적이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GE는 금융기관들의 약진에 밀려 작년 2위에서 올해 4위로 하락했다.

부문별로 보면 매출액 분야에서는 월마트가 1위를 차지했고,엑슨모빌은 순익과 시가총액에서 각각 최고 자리를 지켰다.

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