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을 숨가쁘게 달려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마침내 종착지에 도착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30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나 이튿날 새벽까지 밀고 당기는 치열한 협상을 벌였다.

자동차를 마주 달리며 누가 먼저 피하는지,담력을 테스트하는 이른바 '치킨 게임'이었다.

조금이라도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 칼자루를 놓치고 마는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협상이었다.

역시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은 핵심 쟁점은 쇠고기와 자동차였다.

미국은 미국산 쇠고기 검역 문제가 5월 말 국제수역사무국(OIE) 결정 전에 해결되길 강력하게 희망했고,이를 문서화해서 약속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은 쇠고기 검역 문제는 한·미 FTA의 의제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미국 요구를 충족하는 다른 방안을 제안해 진전을 보였다.

한국이 이 같은 진전된 입장을 내보이면서 돼지고기 오렌지 등 초민감 품목의 관세율 등에 대해서도 이견을 좁혔다.

한국의 관심 분야인 자동차 관세 철폐 문제도 막판까지 난항을 겪었다.

미국은 한국이 요구하는 자동차 관세를 3년 이내에 철폐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대신 한국의 자동차 세제와 엄격한 환경 기준 등을 완화해 달라는 부대 조건을 제시했다.

양국은 종일 바쁘게 움직였다.

이날 새벽 중동 순방에서 귀국한 노무현 대통령은 오전 10시부터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김종훈 수석대표 등으로부터 협상 진척 상황을 보고받은 뒤 막판 걸림돌로 작용했던 농업 자동차 섬유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지침을 내렸다.

노 대통령은 특히 협상 대표들에게 "최후의 순간까지 국익을 위해 협상 노력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오후 4시 청와대에서 권오규 부총리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최종 협상안을 심의해 김 본부장에게 넘겼다.

바티아 대표도 이날 오전 주한 미국대사관으로 직행,본국으로부터 협상 핵심 쟁점에 대한 멘데이트(권한 위임)를 받은 뒤 오후 늦게 김 본부장과 마주 앉았다.

이날 오후 로이터통신이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협상 시한을 연장할 수도 있는 여지를 줬다고 보도,한때 협상이 하루나 이틀 연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와 혼란이 일었으나 오보인 것으로 판명났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