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마지막날인 30일 정부의 촉각은 온통 협상에 쏠렸다.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 호텔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청와대,정부 과천청사 등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갔다.



◆협상장은 전쟁터

30일 오전 협상장은 예상외로 차분하고 조용했다.

협상을 이끌고 있는 통상장관들이 최후의 멘데이트(권한위임)를 받기 위해 각각 청와대와 주한 미국대사관으로 나가면서 별다른 협상 없이 대기상태를 유지했다.

다들 28일 밤 양국 정상 간의 통화 이후 변화를 궁금해하는 분위기였다.

오전에 열린 협상은 꽉 막혀 있는 농업과 섬유 등 2∼3개에 불과했다.

배종하 농업 분과장은 "조금 움직이고는 있지만 어제와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며 "저녁까지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협상단 관계자는 "모든 협상이 그렇듯 협상은 밤 늦게 마지막 순간까지 진행될 것"이라며 "시간이 있을 때 잠깐씩 자두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관계장관회의를 마친 김현종 본부장이 호텔로 들어오고 오후 늦게 통상장관 협상이 재개되면서 분위기는 일순 뜨거워졌다.


◆조급한 타결 보도 경계

한국 협상단은 지나치게 타결로 쏠리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이날 오전 10시35분 갑작스레 브리핑을 한다고 기자실에 연락을 취했다.

호텔 1층 로비는 순식간에 기자와 방송 카메라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단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협상은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계속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의 브리핑은 이렇게 단 두 문장으로 끝이었다.

협상단 관계자는 "타결이 임박했다는 언론 보도와 현재 협상 상황 간에는 온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라며 "현재 협상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협상 기간 연장 해프닝

31일 오전 7시로 정해진 협상 시한이 하루 이틀 더 연장될 전망이라는 설이 돌면서 협상단과 취재진이 아연 긴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당초 31일 오전 7시(미국시간 30일 밤 12시)에서 4월1일 오전 7시로 연장하는 방안을 미국이 요청하고 한국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자체가 매우 중요한데다 현재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미국 의회가 당초 금요일(30일)까지 협상 결과를 보고해야만 무역촉진권(TPA)에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던 것을 토요일(31일)까지로 하루 늦춰준 것이란 그럴 듯한 해석도 나돌았다.

그러나 청와대가 협상연장은 없다고 밝히면서 막을 내렸다.

스티븐 노턴 USTR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실에 내려와 "협상 연장은 없다.

연장 검토를 한국 측에 제안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과천은 FTA 후속대책 마련에 분주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행정부처들은 신제윤 국제금융심의관 등 협상에 참여한 실무자들로부터 협상상황을 전해들으며 타결에 대비해 후속대책 마련에 주력했다.

장관급은 수시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으며,관련 실무자들은 '비상대기' 상황을 유지했다.

관계부처 국장급 이상과 관련 실무자 모두는 후속대책 마련을 위해 주말(3월31일~4월1일) 휴식을 반납했다.

과천 수장인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보고에 잠시 참석한 뒤 곧장 청와대로 향하는 등 하루종일 동분서주했다.

권 부총리는 대통령 보고에 이어 관계장관 등과 개별적으로 FTA 협상 과제 등에 대해 논의한 뒤 오후 4시 청와대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도 참석했다.

송종현/김현석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