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쇠고기와 쌀 자동차 등 대형 쟁점사안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양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들에 대해서도 합의점을 도출해냈다.

농산물과 섬유 자동차 개성공단 등에 비해서는 세간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지만 관련 기업 등에는 매우 중요한 사안들이 많이 타결됐다.

◆경쟁·정부조달은 일찍 타결


19개 부문 가운데 가장 먼저 완전 타결된 것은 '경쟁'분과였다.

양국이 합의한 쟁점 가운데 핵심 사안으로는 동의명령제 도입을 꼽을 수 있다.

동의명령제란 '불공정행위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와 법 위반행위를 시정키로 합의할 경우 해당사건이 종료되는 제도'를 말한다.

공정거래를 위반한 사건에 장기간 끌려다니면서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선진국들이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두 번째로 타결된 분야는 '정부조달'이었다.

두 나라가 협상 초기에 시장 개방을 주장했던 '지방정부의 조달'시장을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물러서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중앙정부 조달시장에서는 물품 및 서비스 양허 하한선을 현행 약 2억원(19만달러)에서 1억원(10만달러) 수준으로 낮춰 개방폭을 확대했다.

기술장벽 분과에서는 기술표준에 대해 규제할 때 상대국 업체를 차별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기술규정이나 표준은 각국 제품의 상품성을 원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양국이 서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합의는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내 통관 신속처리키로


환경 분과에서는 두 나라의 일반 시민이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환경과 관련된 특정 사안의 해결을 요구할 수 있는 대중참여제를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두 나라가 환경 협력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도 합의했다.

통관 분과에서는 수입화물이 공항이나 항만에 도착된 후 48시간 이내에 반출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대표적인 합의사항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 우리 화물이 미국의 공항이나 항만에 머무르는 시간은 최장 5일에 달했으나 합의안에 48시간 이내로 규정해 미국 현지에서 통관절차가 한결 신속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간 단축이 생명인 특급화물의 경우 통관 서류를 최소화하고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원칙적으로 통관서류 제출 후 네 시간 이내에 국내 반출을 허용키로 했다.

통신서비스 분과에서는 영화나 음악 파일과 같은 디지털 제품을 온라인으로 전송하면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전자인증 방식은 상호 인정하기로 했다.

◆금융거래는 부분 허용

보험 등 제한된 업종에 한해서만 국경간 거래를 허용했다.

금융정보를 해외에 이전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국제 신용평가사의 국내 진출도 쉬워졌다.

이 밖에 소비자 보호를 위해 양국의 금융감독 당국끼리 협력하기로 하고 금융계 건의사항을 협의하는 작업반을 설치키로 했다.

지식재산권 분과에서는 핵심 쟁점이었던 '비위반 제소'의 대상에 지식재산권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비위반 제소는 협정 당사국이 협정문 조항을 위반하지 않더라도 협정에 따른 기대 이익을 침해하는 조치를 취했을 경우 상대국에서 국제소송을 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서비스 분과에서는 방송콘텐츠 쿼터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지상파 방송은 전체 방송시간의 60% 이상을 반드시 국내 제작 프로그램으로 편성해야 한다.

국내 케이블 방송국의 경우 외국인 지분 제한이 없어졌다.

송종현/정인설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