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시한 직전까지 피말리는 협상을 벌인 것은 쇠고기 문제였다. 우리 측이 10년 관세철폐를 제시했지만 미국은 즉시 철폐를 고집하며 끝까지 대치했다. 쌀과 쇠고기 검역 문제는 고위급 협상에서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역 문제를 기술적으로 피해가는 방안을 별도로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외경제장관회의 직후 재개된 양국 통상장관회의에서는 쇠고기와 자동차.섬유를 맞교환하는 패키지 방식으로 협상 일괄타결을 시도하기 위해 긴박하게 협상을 벌였다.


◆협상장은 전쟁터

양국은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도 좀체 양보안을 내놓치 않자 협상장은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었다. 한번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전체 협상에서 불리해진다는 판단에 따라 고위급 협상 대표들은 시계를 계속 보며 상대 측 의중을 간파하는 모습이었다.

배종하 농업 분과장은 "상황이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협상 시한까지 상대방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협상단 관계자들은 세부적인 협상에 주력하기보다는 막판 주고받기식 딜을 통해 협상을 일괄 타결하는 데 기대를 모으면서 전열을 정비하는 분위기였다.

김종훈 FTA수석 대표는 김현종 통상장관과 청와대 측 인사와 수시로 연락하면서 타결의 돌파구를 찾는 데 진땀을 흘렸다.

◆조급한 타결 보도 경계

한국 협상단은 지나치게 타결로 쏠리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이날 오전 10시35분 갑작스레 브리핑을 한다고 기자실에 연락을 취했다. 호텔 1층 로비는 순식간에 기자와 방송 카메라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단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협상은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계속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의 브리핑은 이렇게 단 두 문장으로 끝이었다.

협상단 관계자는 "타결이 임박했다는 언론 보도와 현재 협상 상황 간에는 온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라며 "현재 협상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협상 기간 연장 해프닝

31일 오전 7시로 정해진 협상 시한이 하루 이틀 더 연장될 전망이라는 설이 돌면서 협상단과 취재진이 아연 긴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당초 31일 오전 7시(미국시간 30일 밤 12시)에서 4월1일 오전 7시로 연장하는 방안을 미국이 요청하고 한국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자체가 매우 중요한 데다 현재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미국 의회가 당초 금요일(30일)까지 협상 결과를 보고해야만 무역촉진권(TPA)에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던 것을 토요일(31일)까지로 하루 늦춰준 것이란 그럴 듯한 해석도 나돌았다. 그러나 청와대가 협상 연장은 없다고 밝히면서 막을 내렸다. 스티븐 노턴 USTR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실에 내려와 "협상 연장은 없다. 연장 검토를 한국 측에 제안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과천은 FTA 후속대책 마련에 분주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행정부처들은 신제윤 국제금융심의관 등 협상에 참여한 실무자들로부터 협상상황을 전해들으며 타결에 대비해 후속대책 마련에 주력했다. 장관급은 수시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으며,관련 실무자들은 '비상대기' 상황을 유지했다. 관계부처 국장급 이상과 관련 실무자 모두는 후속대책 마련을 위해 주말(3월31일~4월1일) 휴식을 반납했다.

과천 수장인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보고에 잠시 참석한 뒤 곧장 청와대로 향하는 등 하루 종일 동분서주했다.

송종현/김현석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