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과는 달리 한·미 FTA 협상에서 쌀 문제는 배제됐다.

협상 초기부터 우리 정부가 배수진을 치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미국 측이 이슈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때 협상용으로 미국 측이 쌀 문제를 거론했지만 한국 측 반발에 부딪쳐 의제로 부각되지 못했다.

또 미국 측이 논의 자체를 반대했던 개성공단 원산지 한국산 인정 문제는 '빌트인(built-in)' 방식을 적용해 추후 적절한 시점에 논의키로 했다.

◆"쌀 포함 땐 협상 깬다" 배수진

우리 정부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쌀시장 개방 문제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미국도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해서인지 그동안 8차례 협상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쌀 문제를 공식적으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측은 지난 22일 서울에서 열린 고위급 농업 협상 마지막 날 "통상장관 회담에서 쌀 문제를 의제로 내놓겠다"고 전격 통보함으로써 쌀 문제가 막판 '태풍의 눈'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정부는 이에 쌀 문제가 거론되면 협상 자체가 깨질 수 있다고 강하게 맞섰다.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고 한덕수 총리 지명자는 29일 총리 인준 청문회에서 "협상에서 쌀이 포함되면 깨진다"고 단언했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생각으로 봐도 된다"고 거들었다.

결국 미국은 막판까지 쌀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

미국이 막판에 슬쩍 '쌀 카드'를 내보인 것은 이를 활용해 다른 분야에서 실리를 얻겠다는 협상 전략이었다는 분석이다.

◆개성공단 문제는 '추후에'

한·미 양국은 개성공단 원산지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는 추후 적절한 시점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소위 '빌트인'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아 미국에 수출될 때 관세 혜택을 볼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양국은 FTA 협상이 시작된 이후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단 한 번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우리 측은 개성공단 제품의 원자재와 자본이 100% 한국산이고 북한에선 단순 임가공을 거쳤을 뿐이므로 한국산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을 줄곧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협상단은 협상 내내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의 무역을 다루는 것'이라며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성완/이상은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