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협상시한인 31일 새벽까지도 진통에 진통을 거듭했다.

한국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수석대표,미국의 카란 바티아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는 30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나 이튿날 새벽까지 밀고 당기는 치열한 협상을 벌였으나 '한국의 농업'이라는 암초를 만나 최종 합의를 쉽사리 도출해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다른 분과 협상도 정리되지 않아 금융 분과,노동 분과의 협상을 밤 12시께 다시 시작하는 등 파행을 거듭하기도 했다.

역시 마지막까지 협상의 발목을 잡은 핵심 쟁점은 쇠고기 등 농산물이었다.

미국은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검역 문제가 5월 말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통제국가 판정 전에 해결되길 강력히 희망했고,이를 문서화해서 약속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은 쇠고기 검역 문제는 "한·미 FTA 의제가 아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OIE가 결정을 내리면 이른 시일 내에 해결토록 노력하기로 합의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 쇠고기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도 한국이 계속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정회를 요구하는 한편 미 의회에 전체 협상의 연장을 신청하는 등 막판 신경전을 벌였다.

만약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채 미 의회가 행정부의 협상 시한을 연장해 줄 경우 협상 시한은 4월2일 오후 1시(미국시간 4월1일 밤 12시)까지 늦춰질 수 있다.

자동차 관세 철폐 문제에서는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3년 이내에 철폐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대신 한국의 자동차 세제와 엄격한 환경 기준 등을 완화해 달라는 부대 조건을 제시해 한국 측 협상단을 곤혹스럽게 했다.

양국은 종일 바쁘게 움직였다.

이날 새벽 중동 순방에서 귀국한 노무현 대통령은 오전 10시부터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김종훈 수석대표 등으로부터 협상 진척 상황을 보고받은 뒤 막판 걸림돌로 작용했던 농업 자동차 섬유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지침을 내렸다.

노 대통령은 협상 대표들에게 "최후의 순간까지 국익을 위해 협상 노력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