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시한의 연장이 공식 발표된 31일 아침까지 협상단과 취재진은 피말리는 긴 밤을 보내야 했다.

김종훈 한국 협상단 수석대표가 이날 오전 7시30분 브리핑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양측의 공통 인식에 따라 시한을 늘렸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은 아니라는 안도가 협상장 주변에 흘렀다.

◇ 협상연장설.先타결설..밤새 설왕설래

31일 오후 5시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장인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 나타나면서 협상장 주변에서는 김 본부장과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간의 최후 담판이 시작될 것이라는 설이 돌기 시작했다.

아울러 최대 쟁점인 농업 고위급 협상이 오후 7시부터, 또다른 대형 쟁점인 섬유 고위급 협상이 오후 8시부터 시작됐다.

협상장 주변은 물론 외교통상부 관계자들까지 늦어도 31일 오전 1시께는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특히 30일 오후 기자실을 찾았던 스티브 노튼 미국측 대변인이 자신의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협상은 12시까지"라고 묻지도 않은 발언을 한 점도 자정까지는 타결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양국이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협상장 주변에는 협상이 이틀간 연장된다는 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곧바로 "협상 연장은 없다"고 못을 박았고 취재진은 다시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저녁에는 상황이 반전했다.

먼저 타결을 발표한 뒤 구체적 조문화 작업은 4월2일까지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는 소식이 청와대로부터 날아들었다.

밤새 협상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에 선타결-후조문화라는 또 하나의 방식이 추가돼 타결 전망은 더욱 힘을 얻었다.

◇ 결렬 전망에 협상장 주변 한때 술렁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30일 자정을 넘겨 날짜가 바뀌고 예상했던 1시를 넘어서면서 협상장 주변에서는 "협상이 원만치 않다"라는 분석이 돌았다.

일부 실무 분과장들 가운데는 "오늘은 더 회의가 없다"며 자리를 뜨는 사람도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협상 상황에 대한 분석은 좋지않은 쪽으로 더욱 기울었다.

시간이 31일 오전 3시를 넘어서도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자 "결렬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대두했다.

그러나 오전 5시를 넘어서면서 양측이 대부분의 회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시한 연장이 모색되고 있다는 소문이 다시 급속히 퍼졌다.

김 대표는 오전 7시30분께 브리핑을 통해 협상시한 연장을 공식 확인했다.

◇ 협상장 난민촌 방불

한미FTA의 최종 타결여부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협상장인 하얏트호텔의 협상장 입구 주변 좁은 공간에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협상단 인사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나올 때마다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촉각을 곤두세우며 협상 결과를 기다리던 취재진도 오전 3시를 넘어서자 호텔내에 숙소를 마련하지 못한 취재진은 협상장 인근이나 영업이 끝난 카페의 의자에 앉아 새우잠을 자거나 심지어 호텔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코를 골기도 했다.

서울의 대표적 고급호텔인 하얏트호텔이 FTA 홍역을 치르며 한밤중 난민촌을 방불케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