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시한이 이틀 연장되자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등 진보단체들은 31일 "지금이라도 협상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보수 단체들은 "양국의 협상 타결 의지가 재확인됐다"고 말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범국본은 "미국이 쌀개방 이야기를 꺼내는 등 너무 강한 요구를 하고 있어 협상단에서도 국민을 설득할 이유를 못 찾는 것으로 보인다"며 "협상이 연장됐다는 것은 그만큼 협상이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결국 협상 중단의 명확한 이유가 되므로 지금이라도 협상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한미FTA 협상이 이틀 연장됐지만 오히려 미국측에 추가적인 양보를 하며 타결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협상 타결이 선언된다면 반대하는 국회의원 50여명과 함께 비준 저지를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문화연대 선용진 공동사무처장은 "정부는 전체 내용을 합의하고 양보했으면서 자동차, 쌀 등 개별품목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범국본은 이날 오전 11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협상의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오후 7시에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범국민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보수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 제성호 공동대표(중앙대 교수)는 "한미 양국이 협상의 총론에서는 합의했으나 몇몇 각론에서 의견을 절충하고 있다"며 "시한을 연장함으로써 일단 양측이 협상 타결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자유주의연대 홍진표 사무총장은 "시한을 연장한 것은 결렬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협상에서 우리만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할 수는 없으므로 남은 기간에 대승적 차원에서 타결되도록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협상시한에 쫓겨 타결 자체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실련 박완기 정책실장은 "협상에서 지켜야 될 것은 지키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며 "국익에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므로 협상 시한에 쫓겨 타결 자체에 연연해서는 안 되며 남은 시간 동안 타결되지 못 하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