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尙勳 < 인터브랜드 사장 spark@interbrand.co.kr >

"머슴이 뭘 알아." 어느 실패한 오너 회장의 독설이다.

"머슴은 자기 몫만 챙기니까"라고 그는 불평한다.

머슴들은 이에 대해 무엇을 생각할까? "주인이 뭘 알아,내가 다 해주는 거지"라고 불평하지 않을까? 사람에게는 모두 각자의 입장(立場)과 존재 이유가 있다.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임원을 하다가 최근에 사장이 된 지인(知人) 한 분이 술좌석에서 가끔 내게 해주던 머슴철학 4가지가 생각난다.

첫째 주인을 충분히 이해하라,둘째 선을 넘지 말라,셋째 적을 만들지 말라,넷째 다음을 준비하라이다.

그의 말을 음미해 보면 성공적인 머슴들은 각자의 주인에 대해서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끔 주인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혼자서 자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머슴들을 보게 된다.

흔히들 이럴 때 주제파악을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똑똑한 머슴들 중에서는 성공을 위해 실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이고 실적을 잘 내면 당연히 주인은 합당한 포상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큰 착각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주인에게 달린 것이다.

주인이 실적을 원했을 때,주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 실적이 나타나야 하고,주인이 그 사람의 실적이라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또 그 주인이 그 실적에 포상하고 싶어하는 만큼만 포상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인의 철학과 행동양식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회사에서도,특히 본사가 아닌 지사에 나가 있는 지사장들 사이에서,생존하기 위한 3가지 조건이 있다고들 한다.

첫째는 프레젠테이션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네트워크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며 셋째는 실적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조건만 갖추어도 20년은 문제 없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관계하는 사람, 특히 자기를 평가하고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의 자기에 대한 인식을 잘 관리하는 것이 자기의 경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주인과 머슴은 확실히 다른 철학과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 경계가 애매하고 경우마다 달라서 가끔 머슴들이 주인처럼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데 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규모가 작고 역동적인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는 상황 파악을 잘 해야 하고 특히 주제파악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 내부의 부하직원과 조직 외부의 협력업체를 책임지고 있는 많은 관리자들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내가 지금 나의 주제를 잘 파악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