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타결 직후 전만복 보건복지부 한·미 FTA 국장은 "의약품은 공격보다는 수비를 잘 해야 하는 분야였다"며 "지킬 것은 지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제약업계에서는 "2000년 의약분업에 버금가는 변화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시행된 가운데 한·미 FTA 체결로 다국적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신약에 대한 특허 보호가 강화되면 중소 제약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이는 결국 제약업계 구조 재편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번 타결안에 포함된 △허가 절차 지연 시 특허 기간 연장 △의약품 허가와 특허 연계 △의약품 자료 독점권 보호 등이 시행되면 국내 제약사들은 제네릭(복제) 의약품을 출시할 수 있는 시기가 이전보다 2∼3년가량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제약업체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의약품 사용량 조사기관인 IMS헬스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8조7000억원.이 중 제네릭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1%에 달한다.

나머지 69%도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에서 직접 판매하는 오리지널 신약과 국내 제약사가 수입해 파는 오리지널 신약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오리지널 신약은 현재까지 11개에 불과하다.

고은지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위 몇몇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은 제네릭 개발에만 의존해온 게 현실이다"며 "제네릭의 개발 환경이 까다로워지면 매출 감소나 수익구조 악화는 불가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연히 다국적 제약기업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러나 제네릭 의약품 시장의 위축이 오히려 국내 제약산업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네릭에 치중하는 제약사가 난립해 있어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 돼 왔다"는 게 그 이유다.

단적인 예로 국내 1위 제약사인 동아제약의 연간 매출은 5712억원(2006년 기준)으로 미국 1위 제약사 화이자(48조3710억원)의 1.2%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제약업체들 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제약업계 특유의 강한 오너십과 유사한 사업구조 때문에 현실화 되지 못했다.

임진균 대우증권 연구원은 "한·미 간 FTA 체결로 제네릭 개발이 어려워지면 제약업체들은 차별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결국 제약사 간 M&A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의 요구 사항이었던 GMP(우수의약품제조기준)와 제네릭의약품 상호 인정을 위한 한·미 공동 작업반 설치는 국내 제약업계에 희소식이다.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의 GMP 기준이 서로 달라 국내 제약사들의 미국 수출이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한국의 GMP 기준을 미국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과 GMP 등을 상호 인정키로 하면 국내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뿐 아니라 여타 해외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