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는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미국이 '5년 내 관세 철폐'라는 최종 양보안을 제시했으며 얀포드(원사의 생산지를 따져 원산지를 정하는 규정) 적용을 완화하는 대신 우리 측도 세이프가드 및 우회수출 방지와 관련해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수준에서 합의안이 도출됐다.

전문가들은 섬유를 한·미 FTA의 수혜 품목으로 꼽는다.

극세사와 나노섬유 등을 생산하는 은성코퍼레이션은 대미 수출 물량이 10~20%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30%가량인 108억원 규모를 미국에 수출했다.

이 회사 유용성 팀장은 "기존 중국 제품이 한국 제품 가격의 70~80% 수준이었지만,단계적 관세 철폐로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미 수출 규모가 90%(1550억원)에 달하는 의류업체 신원은 직접적인 관세 혜택을 기대하고 있지 않다.

연간 수출 물량(170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물량이 베트남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 생산법인에서 만들어지기 때문.대신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되면 미국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회사 김태형 수출경영관리팀 차장은 "개성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게 되면,개성공단 비중을 늘려 대미 수출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30%대의 고율 관세로 수출돼 온 스웨터 등 화섬 의류의 경우 4~8%대의 관세를 부담해온 원사 및 면사 등보다 더 FTA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수입업자와의 전략적 제휴도 늘어나면서 수출에서 최대 4억달러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섬유가 혜택만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우회수출 방지를 명분으로 우리나라 수출업체 등에 대해 경영정보에 가까운 갖가지 자료들을 요구하고 각종 감시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LG패션 FnC코오롱 등 대형 업체들의 패션부문 대미 수출은 매우 적은 상황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산업용 장갑, 美시장 1위 탈환 청신호

섬유·의류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산업용 장갑'이다.

13.2% 수준인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한국산이 중국 및 멕시코 제품을 제치고 '1위 탈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공장이나 정비업소,건설업계 등에서 폭넓게 쓰이는 이 장갑은 미국의 '건설경기 붐'과 'DIY(Do It Yourself·자가제작) 열풍'에 힘입어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2004년 1873만달러 수준이던 미국 수입시장 규모는 지난해 4695만달러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현재 미국 산업용 장갑 시장은 한국 멕시코 중국 등 3개국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이 중 한국산은 값 비싼 '하이엔드 장갑' 시장을 휩쓸며,작년까지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올 들어 멕시코가 무관세 혜택과 저렴한 물류비를 앞세워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서자 상황이 바뀌었다.

올 1월 멕시코는 미국시장에서 106만달러어치를 판매,한국(102만달러)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