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의원과 공무원들이 경제관련 대화에서 달러나 유로화를 입 밖에 꺼내는 것을 금지했다. 각종 수치나 가격 등을 말할 때 오직 루블화만으로 얘기토록 제한한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루블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일고 있다.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은 지난해 5월 달러화와 유로화 사용을 금지한 법안이 처음 제안됐을 때 "각종 세금이나 관세 등은 유로화로 매겨져왔고 외채는 빌린 나라의 통화로 집계됐는데 어떻게 루블화만으로 얘기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법안은 당초 정부와 국민들 간의 다리 역할을 하는 러시아 공공위원회의 예브게니 벨리코프 위원장이 발의한 후 친 푸틴 계열의 통합러시아당이 지지,실행에 옮겨졌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이날 외국인이 시장의 가게 점원이나 노점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시행에 들어갔다. BBC는 앞으로 러시아에서 가게 점원이나 노점상을 하려면 러시아 시민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러시아 연방 이주국은 외국인이 직접 물건을 파는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하지만 시장에서 짐꾼이나 환경미화원,도매상,관리인으로 일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된다고 밝혔다.

현재 모스크바 시장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앞서 러시아 정부는 지난 1월15일 비자 면제 협정이 체결돼 있는 옛 소련권 국가인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국가 출신 이주자들에 대해 주류와 약품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푸틴 대통령이 경제 분야에서 국수주의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최근 고유가 등을 배경으로 외화 수입이 급증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 경제 운용에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003년 이후 연 평균 6∼7%대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외환보유액은 작년 말 3037억달러에 달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