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감각에 대한 무능력이며,우리의 육체가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어있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그것은 슬픔을 경험하는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쁨을 경험할 능력도 없는 것을 말한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명저 '건전한 사회'에서 우울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울한 사람은 슬픔을 느낄 수만 있어도 크게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우울은 누구에게나 불시에 찾아오는 불청객으로 고독만큼이나 정신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꽤 재미를 느끼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 같은데도 자신이 우울하다며 괴로워한다.

오죽했으면 토머스 하디가 '테스'에서 "우울이야말로 문명인을 사로잡는 만성적인 것"이라고 했을까 싶다.

이제는 이 우울한 감정을 회피하거나 감추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당당하게 즐긴다는 점에서 혼자 사는 싱글족이나 집안에 콕 박혀 사는 코쿤족과는 구별된다.

이들을 두고 '글루미 제너레이션(Gloomy Generation·우울한 세대)'이라 부르는데,글루미의 사전적 의미는 어둡고 음침하지만 여기서는 남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만의 감성을 드러내 놓는다는 뜻이어서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관련업계에서는 발빠르게 '우울한 소비자'를 겨냥한 상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는 소식이다.

외톨이나 나홀로족을 위한 여행상품이나 놀이동산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는가 하면,음식점과 공연장을 찾는 1인 고객을 위한 공간들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심지어는 '라이프 드레스'라 해서 주위가 너무 시끄러우면 스커트로 머리를 감싼 뒤 지퍼를 올려 자신만의 도피처를 마련해 주는 옷까지 등장했다.

굳이 말하자면 '우울 모드'인 셈이다.

소비패턴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우울한 소비자'를 '원라이퍼(One Lifer)'라 부르는 이유를 알 만하다.

우울한 이들을 타깃으로 삼는 상품과 공간들이 여러모로 쏟아질 전망이고 보면,'우울함'은 이미 블루오션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