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를 거듭해 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2일 극적으로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별로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대구와 부산은 섬유와 신발부문의 회생 가능성을 기대하며 반기는 반면 감귤과 축산농가의 피해가 불가피해진 제주 및 경북 강원 충남 등은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반발했다.

◆대구,섬유산업 회생 숨통 '환영'

대구는 FTA 타결로 미국이 섬유제품 수출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함에 따라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2005년 섬유쿼터제가 폐지되면서 중국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입지가 축소된 상황에서 이번 FTA 타결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김한기 부장은 "관세가 낮아지면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 공격적 마케팅이 가능할 것"이라며 "대구지역 업계가 주력 제품을 저가가 아닌 중고가 의류·원단으로 전환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광주,자동차업계 기회

울산은 한국산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 철폐로 지역 자동차산업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연간 수요 1700만대로 한국보다 16배나 크고 같은 품질이면 조금이라도 싼 제품을 선택하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아 관세 철폐로 국내 완성차 업계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광주도 기아자동차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자동차 수출 확대에 따른 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다.

◆부산,'신발왕국' 부활 기대

부산은 신발산업이 부활할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기존 6∼67%까지 부과되던 신발 제품의 미국 관세가 대폭 낮아지기 때문이다.

신발업계는 국내에서 미국으로 제일 많이 수출하고 있는 관세 10%짜리 가죽신발 제품들이 무관세가 되면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관세 37%의 마라톤화 등 천으로 된 신발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이 분야의 제품을 '메이드 인 한국' 상품으로 만들어 집중 공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신발산업은 현재보다 30% 이상 수출이 늘 것으로 기대했다.

◆제주 감귤, 연간 수백억원 피해

제주 감귤농민들은 10여년 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자마자 또 다시 한·미 FTA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허탈해 하고 있다.

지역 농업인의 86%가 재배하고 생산액이 연간 도내 전체 농산물 생산액의 53%인 6000여억원대에 달하는 감귤은 제주도의 '쌀'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제주도는 현재 오렌지(생과) 50%,만다린 감귤 144%인 수입관세가 5∼20년간 완전 감축될 때 감귤 및 연관산업 직접 피해액이 연간 최저 678억원에서 최고 1998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경북·강원 한우농가 "타격"

경북의 한우 사육농가는 FTA 체결에 따라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

경북지역의 한우 사육 두수는 45만두로 전국 한우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경북도지회 전영한 회장은 "원산지 표시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한우농가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원지역 축산농가들은 크게 걱정하고 있다.

평창군 용평면에서 한우를 기르고 있는 이부한씨는 "사료값이 1년 사이 포대당 6500원에서 7500원으로 1000원이나 올랐는데 FTA 타결로 소 출하 가격이 20~30% 떨어지면 축산농가들은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한숨지었다.

◆전남·북 "쌀 제외 안도"

전남·북 농민들은 주 생산품인 쌀이 개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는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전남은 전국 쌀(정곡) 생산량 467만9000t 가운데 19.1%에 이르는 89만2000t을 생산한 최대 쌀 생산지로 '전남 농협은 쌀 재배조합'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여서 전남 농가들은 쌀 개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강광석 농민회 광주·전남연맹 정책위원장은 "쌀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며 "쌀은 시간만 흐르면 자연히 개방되는 품목이기 때문에 농촌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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