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평가는 핵심 쟁점에서 한국의 입장이 얼마나 반영됐는가에 달렸다.

협상단은 그동안 "전체적으로 이익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협상을 깨겠다"고 말해왔다.

양국 통상장관이 최후까지 다뤘던 핵심 쟁점은 △자동차 △농산물 △섬유 △방송·통신 서비스 △금융 일시 세이프가드 △저작권 보호기간 등 지식재산권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ISD) △무역구제 △개성공단 등 10여개다.

그 중 핵심이 자동차와 농산물이다.

전반적으로 자동차 등 상품에서 만족할 만큼 얻었고 쌀 등 농산물은 지켰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이 정도 내용이라면 전체적으로 B+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자동차 즉시 얻고…쇠고기 천천히 내주고

한국의 이익은 자동차와 섬유에서 판가름난다.

반면 미국은 농산물(쇠고기)과 지식재산권,서비스 분야를 잣대로 삼아왔다.

한국의 최대 관심사는 자동차다.

미국으로부터 3000cc 이하 승용차는 즉시 철폐,3000cc 이상은 3년 내 철폐를 받아냈고 픽업트럭은 10년간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 수출의 70%가 3000cc 이하(2003∼2005년 연간 평균 수출액 66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큰 성과로 평가된다.

또 자동차 부품의 관세도 즉시 철폐되며 타이어도 5년 내에 관세가 사라진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철폐되면 자동차부문은 2008년 한 해 8억6000만달러의 수출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특별소비세(2단계→1단계) 및 자동차세(5단계→3단계) 등 세제를 개편하지만 이는 미국뿐 아니라 현대차 등 한국 업계와 소비자들이 몇 십년 전부터 요구해 온 것이다.

국내 소비자로 봐선 세금을 덜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이 강하게 요구했던 쇠고기 수입 재개 일정에 대해 미국에 대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판정이 나오는 5월 이후 과학적 절차에 따라 검토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관세 40%는 15년간 없앤다.

미국이 검역에 대해 서면 보장 등을 요구하고 10년 이내 관세 철폐를 요구한 것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결과다.

쌀은 지켰다.

또 오렌지는 9월부터 2월 계절관세 50%를 유지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7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으며 그외에도 천연꿀 식용감자 분유 식용 콩 등은 현행 관세를 유지,미국의 '예외 없는 관세 철폐'란 원칙을 무너뜨렸다.

지식재산권의 경우 저작권 보호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했다.

한 해 100억원의 저작료가 미국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약품은 독립적 이의신청 절차 마련(경제성 평가 및 약값 결정 관련) 리베이트 관행 철폐,의약품 지식재산권의 허가 기간만큼 자료독점권 인정 등을 받아들였지만 신약의 최저약가 보장 등은 수용하지 않았다.

피해는 연간 2000억원 미만으로 추산된다.


◆무역구제 개성공단 빌트인

한국이 강력히 주장해온 무역구제 개선과 개성공단은 사실상 추후 적절한 시점에 논의하는 '빌트인(Built-in)'으로 타결됐다.

무역구제의 경우 법률 개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무역구제 협력위원회 설치 △반덤핑 조사 개시 전 사전 협의 △다자간 세이프가드 발동시 상호 적용 배제 등 세 가지만 받아들이되 협력위원회에서 추후 여러 가지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1983년부터 2005년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은 미국의 반덤핑 규제 및 상계관세 등으로 대미 수출량의 6.8%,373억달러 규모의 무역제재를 받았다.

개성공단은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하고 북한의 비핵화,인권보장이 진전돼 여기서 지정하면 특혜관세를 주기로 했다.

개성 외의 북한 지역이 혜택을 볼 수도 있게 됐다.

전문직 비자쿼터도 향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협정에선 전문직 상호인정을 위한 메커니즘이 확보됐으나 전문직 비자쿼터의 경우 이번 협상 의제에서 빼고 FTA 체결 후 출범하는 '전문직 상호인증협의회'에서 논의하는 식으로 타결됐다.


◆금융 서비스 등 기타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정부가 내세운 목표 중의 하나는 개방을 통한 서비스업 경쟁력의 향상이다.

방송의 경우 현행 49%인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업체(PP)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 완화,스크린쿼터의 현행 유보 변경 등 미국 주장을 수용했다.

금융 일시 세이프가드도 미국이 요구하는 일부 부대 조건을 수용했다.

다만 교육 의료 등의 분야에서 미국이 요구하지 않는 바람에 아무런 개방이 이뤄지지 않았고 당초 목표로 삼았던 제도 개혁도 이뤄내지 못했다.

미국은 또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의 제소 대상에서 부동산 정책은 완전 제외키로 합의했으나 조세조치는 원칙적으로 제외했다.

재야단체 등에서 제기해온 우려를 상당부분 덜어낸 것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