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2일 마침내 타결됐다.

협상 개시 선언 이후 14개월 만이다.

이로써 한·미 양국은 새로운 경제협력 시대를 활짝 열었으며 한국은 FTA 허브의 위상을 확보,세계 통상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미국과의 FTA는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에 이어 한국이 맺은 네 번째 FTA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이날 오후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 간 FTA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는 우리 경제 전반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는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은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경제공동체"라며 "협정이 성공적으로 발효되면 한국은 전 세계 FTA 체결 경쟁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협상 대표들은 전날까지 쇠고기 돼지고기 오렌지 등 민감 품목과 자동차 섬유 관세 협상에서 의견차를 줄인 데 이어 이날 새벽까지 금융 세이프가드(일시 송금 제한) 도입과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문제에서 접점을 찾았다.

쇠고기는 한국이 15년 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결정났으며 오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광우병 통제국가로 판정하면 올해 하반기 LA갈비 등 '뼈 있는 쇠고기'가 들어올 전망이다.

미국에 수출하는 승용차는 3000cc 미만과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는 즉시 관세 철폐를,3000cc 초과는 3년 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한국도 8%인 관세를 곧바로 철폐하고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 세제를 현행 5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자동차 특소세는 협정 발효 후 3년 내 5%로 단일화한다.

쌀은 양허 대상에 제외하기로 했다.

쌀 외에 민감 농산물도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쇠고기에 부과하고 있는 40% 관세를 1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낮추되 수입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경우 세이프가드(일시 수입금지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오렌지는 국내산 유통기간인 9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현행 50% 관세를 유지하되 계절 관세 30%를 7년간 적용한 뒤 철폐하고,저율관세 할당(TRQ) 물량을 미국에 연간 2500t 부여하기로 했다.

한·미 FTA는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대통령 재가,국회 비준 등의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국회 비준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