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에 걸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노무현 대통령이 제작을 맡고,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총감독한 한 편의 영화였다.

그만큼 치밀한 전략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협상팀 전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통상교섭본부에서는 이들을 '드림팀'으로 부르고 있다.

총감독은 'FTA 전도사'로 불리는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맡았다.

그는 2004년 한·일 FTA 협상이 농업문제로 중단되자 미국과의 FTA 추진 전략을 세우고 노무현 대통령의 결심을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협상에 직접 뛰어들지 않은 채 막후에 머물다 지난달 26일 시작된 통상장관급 회담부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뒤 연장전까지 가는 피말리는 협상 끝에 극적인 타결을 이끌어냈다.

김 본부장이 총감독이라면 김종훈 수석대표는 협상의 최전선에서 야전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해 6월 1차 본협상 때부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김 본부장보다 오히려 낯익은 인물이다.

고비 때마다 한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이며 때로는 도발적인 멘트로 상대를 압박,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끄는 수훈을 세웠다.

상품분과장으로 실무협상에 나서는 동시에 대 언론창구 역할까지 담당한 이혜민 FTA 기획단장은 주연급이다.

정통 통상관료인 그는 각 분과의 협상 내용을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조연출 역할까지 해냈다.

또 농업분야의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섬유분야의 이재훈 산자부 제2차관 등도 각각 실무라인 협상 파트너로 미국측 대표와 한치 양보없는 협상전을 벌인 숨은 공로자다.

이들이 주연급이라면 조연들의 활약도 빛났다.

농업분과의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도하개발아젠다(DDA)에서 농업협상을 주도했다.

신제윤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은 1990년대 금융시장 개방과 OECD 가입 협상 경험을 살려 금융서비스분과 협상을 이끌었다.

서비스분과를 담당한 김영모 재경부 통상조정과장과 총칙분과를 맡은 외교부 김원경 지역교섭과장도 드림팀의 정예멤버로 협상력을 높였다.

여성 조연들도 빼놓을 수 없다.

외교부의 유명희 과장은 1995년 당시 통상산업부가 선발한 우리나라 첫번째 여성 통상 전문가로 이번 협상에서 서비스 분과장을 맡아 논리적이고 '터프'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통신·전자상거래 분과를 맡은 남영숙 교섭관은 5공화국 시절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구속까지 된 경력을 갖고 있다.

한국이 앞서 있는 통신·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치밀한 협상력으로 미국 측 협상단을 압박하는 성과를 거뒀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