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노인복지 3법 중 국민연금법 개정안만 부결되고 기초노령연금법(제정안)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제정안)은 통과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정치계절을 맞아 국회의원들이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혁안의 처리는 거부하고,노인들에게 생활보조금과 요양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선심성 법안들만 통과시킨 것이다.


◆표 얻기에 도움되면 '압도적인 찬성'

2일 국회 본회의엔 국민연금 개혁에 관해 정부·열린우리당 안과 한나라·민주노동당 안이 동시에 상정됐다.

정부·열린우리당 안은 보험료율을 12.9%(현행 9%)로 올리고 연금 급여 수준은 50% (현행 60%)수준으로 낮추는 안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보험료율은 현행 (9%)수준을 유지하되,현재 평균소득액의 60%인 연금 급여 수준을 50%(기초연금 10%+소득비례연금 40%)로 낮추는 안이다.

열린우리당 안에 비해 수급자의 희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안이다.

한나라당 안은 270명 출석에 찬성 131표,반대 136표,기권 3표로 부결됐다.

그 다음에 올라간 열린우리당 안도 찬성 123표,반대 124표,기권 23표로 부결됐다.

그러나 그 다음에 상정된 기초노령연금법은 찬성 254표,반대 9표,기권 2표로 노인장기요양법 역시 찬성 255표,기권 5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가결됐다.


◆국가 재정 불균형 초래 우려

이 같은 상황은 연금개혁의 두 축인 재정 안정화와 사각지대 해소(빈곤노인 지원확대) 중 지출 쪽만 먼저 시행하겠다는 것이어서 국가 전체 재정운용 측면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내년부터 65세 이상 노인 300만명에게 월 8만9000원씩 지급하는 안으로 시행 첫해 1조6628억원으로 시작해 △2009년 3조2528억원 △2010년 3조4649억원 △2020년 8조3587억원 등으로 급증하다 2030년엔 그 지출액이 19조1164억원으로 첫해보다 6배가량 늘어나게 된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역시 소요 재원이 첫해(2008년)엔 8402억원으로 시작하지만 △2010년엔 1조6912억원 △2020년엔 2조3980억원 △2030년 3조6351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상호 관동대 교수(경영학과)는 "기초노령연금의 전제인 국민연금 개혁안은 놔둔 채 퍼주는 안만 처리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며 "국회가 4월 국회에서 연금개혁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연금법 처리 지연은 가뜩이나 개혁안 마련을 지연시킬 구실을 찾고 있는 공무원집단에 빌미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신당모임의 양영일 대변인은 "의원들이 상황이 좋지 않은데 보험료를 12.9%까지 올리는 데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여론을 수렴해 조만간 대안을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