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쇠고기와 자동차 등 '눈에 보이는 상품'뿐만 아니라 자유무역을 촉진하는 '무형의 제도'들이 많이 도입된다. 경쟁과 지식재산권,투자분과 등에서 다뤄진 사안들은 한ㆍ미 통상관행과 경제 전반에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통상 전문가들은 새롭게 도입하기로 한 제도들이 한국을 경제선진국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들

협상에서 논란이 컸던 제도로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도(ISD)를 꼽을 수 있다. ISD는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부조치로 인해 이익을 침해 당했을 때 상대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장기투자자가 아닌 투기자본을 보호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이유로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거듭됐다. 하지만 조세ㆍ부동산 정책은 예외로 한다는 한국의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여 이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다.

경쟁분과에서 합의된 동의명령제는 불공정행위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와 위반행위를 시정하기로 합의할 경우 해당사건이 종료되는 제도다. 공정거래를 위반한 사건에 장기간 끌려다니면서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선진국이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저작권과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 관련 부문은 FTA를 계기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유효기간이 50년으로 돼 있는 저작권을 70년으로 연장하는 데 두 나라가 합의했다.

◆제도변화 놓고 찬반논란 거세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들은 그 효과를 쉽사리 점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협상진행 과정에서 치열한 찬반진영 간 치열한 논리싸움이 전개됐다.

한ㆍ미 양국이 가장 먼저 완전 타결에 도달한 동의명령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5년 한국에서 '끼워팔기'로 3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도입을 먼저 요청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동의명령제의 혜택을 받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지식재산권 부문의 경우 다른 분야와 달리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유효기간이 20년 연장됨에 따라 정부는 출판 음반 캐릭터산업 등 문화계를 중심으로 연간 100억원씩의 추가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제도선진화 계기로 삼아야

통상전문가들은 그러나 새로운 제도 도입을 제도 선진화를 위한 좋은 기회로 생각하는 등 보다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데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도입과정 중 국내에서 찬반논란이 가장 거셌던 쟁점 가운데 하나인 ISD만 하더라도 부정적인 효과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는 주장이다.

ISD는 현재 세계 각국이 체결한 2500여 개 투자협정(BIT)은 물론 우리가 체결한 80개의 투자협정에도 거의 대부분 포함돼 있는 제도이며,투자자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이 제도로 인해 한국의 기업과 투자자들도 보호받고 있다는 것.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는 "ISD는 단순히 영업이익이 침해됐다고 발동하는 제도가 아니다"며 "명문화된 제한조항이 있어 재산권을 송두리째 빼앗는 방법과 같은 정도의 심각한 영업 손실을 초래하는 정부 규제에 한해 발동된다"고 설명했다.

문화계에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지식재산권 부문 역시 보다 능동적인 시각으로 FTA 협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