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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α' 꿈꾼다면 … "신뢰를 팔아라"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근 '2007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을 발표했다.

GE가 9년 연속 1위에 올랐으며 도요타는 작년과 같은 2위를 기록했다.

또 3위는 P&G가, 4위는 해열진통제 '타이레놀'로 유명한 글로벌컴퍼니 존슨&존슨이 선정됐다.

이들 유수 기업 가운데 세계 최대 의료기기 제조업체이자 윤리경영으로 명성이 높은 존슨&존슨이 최근 스캔들에 휩싸여 충격을 주고 있다.

한 해외지사가 의료기기 판매와 관련돼 부적절한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담당 임원이 사임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존슨&존슨 측은 "영업과 관련돼 돈을 받은 행동은 회사의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며 엄중하게 문책하겠다는 뜻을 강력히 비쳤다.

부패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존슨&존슨의 윤리경영은 전 세계에 정평이 나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존슨&존슨의 80년대의 한 일화는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타이레놀은 존슨&존슨의 총매출 7%, 순익의 17%를 차지하는 주력 상품이었다.

그러나 82년 타이레놀을 복용한 환자 7명이 사망하면서 이 회사는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외부인이 개입된 독극물이 타이레놀에 들어 있는 것으로 판명됐지만, 존슨&존슨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리콜에 나섰다.

그 비용만도 당시 2억 5,000만 달러였다.

존슨&존슨은 3중 안정장치를 갖춘 새 제품을 내놓고 고객을 안심시켰다.

소비자들도 윤리경영에 감동해 1년 만에 이 회사를 다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려놓았다.

2억 달러 이상의 '믿음'을 얻은 신뢰경영의 한 사례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믿음, 곧 '신뢰'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기업 운명을 좌우하는 필수 덕목이 됐다.

거래의 투명성이 증대되면서 기업들은 최고의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내놓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이는 기본적인 경제적 인과법칙이며,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신뢰받는 기업은 외형적으로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이들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상대적으로 고가다.

가격 경쟁보다는 제품 품질과 혁신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단일 제품 홍보보다 기업 브랜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유명 브랜드다.

셋째, 고객지향성이 강하다.

'고객 제일' 철학을 철저하게 실행에 옮기는 면이 돋보인다.

이러한 외형적 특징은 선순환을 가능케 해 기업 실적 향상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하며, 나아가 성공을 지속시켜준다.

그렇다면 신뢰받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내면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성공한 기업이 갖춰야 할 뛰어난 핵심역량과 경영체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신뢰를 받으려면 그 이상 무엇이 있어야 한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직한 기업문화와 그 문화를 전파하고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투자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신뢰받는 기업문화 속에는 윤리경영, 원칙 준수, 그리고 사람과 사회에 대한 존중이라는 가치들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또 그 가치들을 직원과 경영자, 그리고 주주가 공유하고 24시간 365일 실천한다.

직원들로서는 개인 가치관이 종사하는 기업 가치관과 일치돼 실천되는 것을 큰 자부심으로 느끼게 되며 회사에 대한 애사심도 높아지므로 당연히 생산성도 올라간다.

그동안 기업을 평가할 때 주로 수익성과 안정성에 의존했지만,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면서 '신뢰경영'이 매우 중요한 지표로 떠올랐다.

21세기는 반드시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시대다.

경쟁사의 동향을 파악하고 '고객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형의 자산이 되는 '신뢰'를 키워 나가야만 진정한 의미의 우량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