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09년부터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큰 변화를 겪는다.

혁신산업의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이 크게 개편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금융투자 상품을 개발, 판매할 수 있고 증권업 자산운용업 선물업 등 금융투자업의 겸영이 허용돼 거대 투자금융회사의 출현이 가능해진다.

또 모든 금융투자 상품에 대해 투자자 보호 규제가 적용돼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이런 자본시장 빅뱅의 중심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소위 자본시장통합법)이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의 골자는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자산운용업법 신탁업법 종금사에 관한 법 증권선물거래소법 등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핵심 골자는 모든 금융상품의 설계·취급을 허용하고 금융투자업 간 겸영을 가능토록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금융상품은 법에 규정한 것만 허용됐다.

소위 '열거주의'다.

현행법에는 유가증권은 국채 지방채 특수채 사채 주식 출자증권 수익증권 주식연계증권(ELS) 등 21개가 열거돼 있다.

파생상품도 그 기초자산을 유가증권 통화 일반상품 신용위험으로 제시하고 있어 설계 가능한 파생상품을 제한받고 있다.

증권회사가 새로운 금융상품을 설계해 시장에 내놓으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다 보니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자본시장통합법에서는 포괄주의를 도입해 새로운 상품의 개발과 응용을 가능토록 했다.

또 증권사는 그동안 증권업만 해야 했다.

그러나 통합법은 증권매매업은 물론 자산운용업 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 자산보관관리업 등 금융투자업을 모두 겸업할 수 있다.

증권사의 대형화 길을 열어놓은 셈이다.

투자자 보호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한다.

통합법에서는 금융투자회사가 투자자에게 금융투자 상품의 투자를 권유할 경우 상품의 내용과 위험 등을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도록 하는 설명의무제(product guidance)를 전면 도입했다.

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에 대해서는 금융투자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토록 했다.

◆기대 효과

통합법이 가져올 궁극적인 변화는 금융산업 간 균형발전이다.

은행 중심의 국내 금융산업이 은행 보험 금융투자사가 정립하는 양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호 경쟁 촉진으로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증권업계에서는 대형 투자은행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기자본 투자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형 투자은행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과당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도 해소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세계시장에서 선진 투자은행과 겨룰 수 있는 대형 업체가 등장하면 우리 금융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되는 셈이다.

◆언제 도입되나

자본시장통합법은 지난해 말 재정경제부가 국회에 제출해 현재 재경위 소위에 계류 중이다.

오는 12일 국회 차원의 공청회가 예정돼 있으며 재경위 소위를 거쳐 재경위 법사위 본회의 등을 통과해야 입법화된다.

정부는 대략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법은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공포 후 1년6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친다.

따라서 일라야 2009년부터 법이 시행된다.

현재 증권업계는 법 시행에 대비해 자기자본을 늘리고 투자은행(IB) 업무를 강화하는 등 투자금융사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

■ 최대 쟁점 뭔가

자산운용 겸업·지급결제 허용여부

증권사 '찬성' … 은행 '반대'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최근 국회에 자본시장통합법에 대한 수정안을 냈다.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을 빼고 자본시장통합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취지였다.

수정안의 큰 골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증권사 등 투자금융사가 지금처럼 자산운용업을 겸영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증권사의 소액 지급 결제를 허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실제 이 두 가지 사항은 자산운용 은행 증권업 간에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자본시장통합법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먼저 증권사가 자산운용업을 겸영할 경우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펀드의 잦은 매매를 통해 수수료를 많이 챙긴다든가, 증권사가 떠안는 인수 물량을 펀드에서 사준다든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증권사가 자산운용업을 겸영할 경우 이해상충 문제에 대한 강력한 규제책을 실시해야 한다.

미국 일본 영국 홍콩 등 외국에서는 증권업과 자산운용업을 겸업할 수 있지만 이런 문제로 실제 겸업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러나 이해상충의 문제는 규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데다 겸업을 허용할 경우 거대 투자금융사의 탄생을 촉진시키는 등 구조조정에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액 지급 결제 허용 문제는 은행이 결제 시스템의 불안정성 문제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은행들은 증권사가 지급 결제 시스템에 참여할 경우 부도 등의 위험으로 시스템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지급 결제가 은행의 고유 영역인 만큼 증권사에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증권사가 대표 금융기관인 증권금융을 통해 간접 참여하는 데다 자금 이체 대상도 별도 예치한 고객예탁금 범위로 한정하기 때문에 리스크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상호저축은행 신협 등에도 허용하고 있는 지급 결제 기능을 증권사에 허용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자금 이체가 허용될 경우 약 20조원의 자금이 금융투자회사로 이동해 은행에 돌아갈 연간 7000억원 이상의 돈이 금융 소비자에게 환원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