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 鐸 <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

서울 강남과 이대 입구의 역술원,사주카페의 전체 고객 중 70%가량이 취업 및 직업운을 보러 오는 젊은 층이라고 한다.

'100만명 백수 시대'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취업을 하더라도 '삼팔선'을 넘기 힘들고 겨우 이를 넘더라도 금방 '사오정'이 되기 십상일 정도로 신분의 불안을 느끼는 것이 오늘날 대다수 민간기업의 실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보수나 복리후생(福利厚生) 등 각종 근무여건이 좋은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매우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감사원 감사나 국정감사에서 공기업,정부산하기관을 포함한 300여개의 공공기관들은 보수 수준이나 복리후생 면에서 방만하게 운영된다고 지적된바 있다.

금융공기업들의 1인당 평균 인건비는 7000만~8000만원이며 총재의 연봉은 지나치게 높은 것이 아닌가를 둘러싸고 2006년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다.

공공기관들은 "신이 내린 직장"에서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급기야 "신도 들어가고 싶은 직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높은 보수 수준이나 복리후생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높다면 이는 별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직 공공기관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적자를 기록하고 서비스의 질이 민간에 비해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동안 공공기관의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소하고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정부는 경영실적평가,혁신평가 등 여러 가지로 노력해 왔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들도 경영합리화,경영혁신 등을 위해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성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005년에 처음 시작된 정부산하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90개 정도의 정부산하 기관들은 매년 리더십,윤리경영,고객만족,조직관리,인사관리 등과 기관의 주요사업에 대해 평가를 받고 있으며 평가결과에 따라 상여금이 지급되고 있다.

또 고객만족도 및 청렴도의 향상,윤리경영의 강화나 여러 가지 혁신기법의 도입 등 개선된 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할 길은 많이 남아 있다.

공공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아직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혁신과 고객서비스 향상을 위해 몸부림쳐도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그보다 더 훨씬 높다.

방만한 경영이나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국민에게 큰 박탈감을 준다.

언론의 질타(叱咤)와 국민의 눈초리에서 벗어나 국민이 신뢰하고 믿음을 주는 공공기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신도 깜짝 놀랄 정도"로 변하기 위한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각 공공기관은 국민의 시각에서 기관의 존재 의의나 앞으로의 비전 등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고 값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들의 이런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보다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제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법률에 따라 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인사의 공정성(公正性)을 높이고,기관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여 자율·책임경영 체제 구축을 촉진할 제도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경영지침을 통해 각종 방만경영의 시정(是正)을 유도하며,중복·유사 기능의 이관 및 통폐합 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제정·시행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이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자신의 혹독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스스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운영시스템을 개선하고 국민서비스 향상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기획예산처와 각 주무부처도 공공기관들의 혁신노력을 국민의 입장에서 지원해 줌으로써 "신도 깜짝 놀랄 정도"로 변한 공공기관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