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박모씨는 1997년 자신이 고안한 '생활쓰레기 재활용 종합관리 방법'을 특허 출원했다.

이 발명은 주민이 쓰레기를 요일별로 달리 디자인된 봉투에 넣은 후 자신의 신상정보가 입력된 바코드 스티커를 붙여 버리는 것.수거자가 쓰레기를 요일별로 분리 수거하다 잘못 분류된 쓰레기는 바코드를 판독해 해당 주민에게 돌려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허청은 1998년 그러나 이 발명이 특허로 등록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박씨는 이에 대해 특허심판원에 등록거절결정 불복심판을 제기했으나 1,2심에 이어 2003년 대법원 최종심에서도 패소했다.

특허청과 법원은 왜 박씨의 발명을 특허등록시키지 않았을까.

특허심판원은 법원이 지난해까지 판결한 특허 분쟁사건 1300여건을 쟁점별로 정리한 '쟁점별 특허판례 모음집'을 2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발명만 특허 등록토록 한 특허법 29조와 관련해 일어난 분쟁이 다수를 차지했다.

◆기술발전 여지 있어도 현재 실현 안 되면 불가

대법원은 미국 생명공학회사인 이뮨 리스판스가 출원한 'B세포 임파종 예방법' 특허에 대해 2003년 등록거절 판결을 내렸다.

이 발명은 면역세포의 일종인 수지상세포를 환자에 주사해 B세포 임파종에 대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도록 한 것.대법원은 이에 대해 "출원시점(1992년 9월)의 생명공학 기술로는 인간의 혈액에서 충분한 양의 수지상세포를 얻어내기 힘들어 산업상 이용할 수 없는 발명"이라며 "앞으로의 기술 발전을 전제로 특허를 등록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003년 '생활쓰레기 재활용 종합관리 방법'에 대해서도 산업상 이용할 수 없는 발명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관할 관청과 쓰레기 배출자,수거자 간의 약속에 따른 인위적 결정에 불과해 관련 법령이 구비되지 않으면 실시할 수 없는 발명"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발명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법 제시돼야

법원은 발명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지 않은 것도 산업상 이용할 수 없는 발명이라고 판결했다.

경주의 박모씨는 원형 동체 아래 위에 2개의 날개가 동체를 따라 원모양으로 프로펠러처럼 회전하는 항공기를 고안해 특허 출원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항공기의 무게중심이 조금이라도 이동하면 기체가 전복할 것"이라며 "무게중심 이동에 대한 문제해결 방법이 제시돼 있지 않아 등록 불가"라고 결론지었다.

법원은 그러나 인위적 생성 가능성에 대해 논란이 일었던 음이온을 만드는 장치에 대해서는 산업상 이용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2001년 서울의 김모씨가 출원한 '음이온을 내는 경혈지압기'에 대해 특허등록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자연계의 특정 물질에 의해 음이온이 다량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특허명세서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발명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