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가 세계 처방약 중 매출 1위를 자랑하는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의 국내 가격을 30%나 자진 인하키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약값을 최대한 높게 유지하기 위해 법정다툼도 불사해 온 다국적 제약사들의 관례에 비춰볼 때 화이자의 이번 조치는 매우 이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1793원이던 리피토 20mg의 약가를 4월부터 1241원으로 30% 인하한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리피토 20mg의 가격은 리피토 10mg과 같아졌다.

또 국내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 10mg(1147원)' '리바로 2mg(1069원)' 등과 가격 격차도 줄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리피토 20mg의 약가 인하는 화이자의 자진 인하 신청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이자의 전격적인 가격 인하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크레스토),중외제약(리바로) 등 경쟁업체들은 물론 여타 제약사들까지 놀랍다는 반응이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폐암 치료제 '이레사'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가격 인하 조치를 취하자 작년 8월 법원에 가격 인하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며 "이런 관행에 비춰볼 때 화이자의 이번 조치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화이자 측은 "지금까지는 리피토를 처음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10mg부터 투입하도록 돼 있었는데 작년 11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 같은 규제를 없앴다"며 "이에 따라 리피토 20mg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약가를 인하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는 그러나 화이자의 가격 인하는 크레스토,리바로 등 경쟁 품목들의 거센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 성격이 짙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세계 1위 제약사의 1위 품목'이라는 자존심을 한국 시장에서는 접고,'가격파괴'를 통한 시장 지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리피토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약 738억원(IMS자료 기준)의 매출을 올려 '플라빅스' '노바스크'에 이어 국내 처방약 중 매출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크레스토와 2005년 출시된 리바로 등이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면서 2005년 47.8%였던 리피토의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에는 27%로 뚝 떨어졌다.

또 최근에는 동아제약 등 국내 4개 제약사들이 특허무효심판까지 청구한 상태다.

중외제약 관계자는 "후발 경쟁 품목들의 급성장에 화이자가 위기의식을 느낀 것 같다"며 "그러나 리피토의 가격이 여전히 경쟁 제품에 비해 높기 때문에 약가 인하가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