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선진국 가는 길' 정면승부 두려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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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 前 한국은행 총재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랜 진통 끝에 양국 정부 간에 타결됐다. 양국 간 주고받는 협상에서 최선을 다했고 결과도 대체로 무난하다고 여겨진다. 한·미 FTA는 이해득실이 사람마다 산업마다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국론의 찬반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큰 흐름에서 선진화를 앞둔 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생각할 때 한국과 미국 간의 자유무역은 감속성장 단계에 들어선 우리 경제의 선진화 도약에 새 지평(地平)을 열게 되었다는 점에서 잘된 선택이었다.
돌이켜 보면 거센 여론의 역풍 속에서 어렵게 내린 결정이 후일 나라경제에 큰 힘이 된 역사적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한 사례로서 박정희 정부의 부가가치세제,노태우 정부의 5대 신도시 건설,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김대중 정부의 의약분업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의 한·미 FTA 협정도 부동산 보유과세 현실화 조치와 더불어 노무현 정부의 역사적 치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강한 이웃과 교류하면 종속되고 착취당한다는 것은 옛날 제국주의 시대의 국제관계였다. 이 때 힘이 약한 나라는 문호를 닫고 보호주의로 장벽을 쌓았다. 그러나 지금은 나라의 경제적 국경이 없어지고 있는 자유무역 시대다. 어느 나라나 문호를 닫고 고립해서는 발전할 수 없는 시대다.
이러한 관계는 남북한의 경제성과가 극명하게 입증한다. 1973년 이전까지 남한보다 앞서 있던 북한이 남한에 역전돼 오늘날 국내총생산(GDP)에서 30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개방과 폐쇄의 차이다. 우리나라는 인구는 많고 시장은 좁고 자원은 없는 나라다. 그래서 숙명적으로 시장과 자원을 해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으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외국과 무역을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유럽 30여개국은 EU로 통합되어 경제적 국경이 완전히 제거되고 화폐까지도 통합되었으며,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아메리카 국가들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의해 자유무역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도 나름대로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무역장벽을 허물어 가고 있다. 그런데 아시아는 나라마다 경제 환경이 크게 다른데다 특히 한·중·일 간의 역사적 갈등으로 인해 역내 경제통합이 어려운 상황이며 이 때문에 각국이 개별적으로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은 미국 EU 아세안 등 세계 여러 지역과의 자유무역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21세기 들어서서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어느 나라나 겪어야 하는 감속성장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들도 대략 1970년대 초에 이러한 과정을 겪었으며 이때 일본은 10% 성장이 4%로 연착륙했고 독일은 6~7%성장이 2%로 경착륙한 바 있다. 지난 40년간 8%씩 성장해온 우리나라가 이러한 성장감속 단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한·미 간의 자유무역은 그러한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무역이 이루어지면 두 나라 사이에 보다 양질의 제품을 더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능률적인 생산자가 공급을 맡고 이것을 서로 교환해서 소비하게 되는데 여기서 나오는 효과는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하나는 성장촉진 물가안정 국민생활 향상의 효과다. 자유무역이 되면 역내의 수출입 비용이 싸져서 새로운 무역이 창출될 뿐만 아니라 역외무역이 역내로 이전하는 효과가 있어 무역이 확대되고 경제성장이 촉진된다.
다른 하나는 산업구조에 미치는 효과다. 두 나라 생산자 중 더 싸고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쪽에서 공급을 맡게 됨으로써 경쟁력이 없는 생산자는 도태되거나 생산을 줄여야 하고 이 때문에 실업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분들의 주된 논거인데,이러한 산업구조 효과는 한편에서 보면 경쟁력 취약산업의 위기를 불러오는 것이고 다른 편에서 보면 경쟁력을 강화하여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력 취약산업 문제는 당장 고통을 주는 것이고 산업구조 고도화의 이득은 장기간에 걸쳐 그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산업구조 효과는 지금 우리 경제 최대 현안인 양극화를 심화시키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대국이 중국과 같은 저임금 국가가 아니고 우리보다 고임금 국가이기 때문에 그러한 양극화 촉진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예컨대 중소 제조업은 미국과의 자유무역에서 피해부문이 아니라 수혜부문이 될 것이다.
경쟁력 취약산업 문제는 우리경제가 겪어야 할 최대 현안이라 하겠는데 이 문제는 협상에서 적용예외 부문으로 지정토록 최대한 노력하고 그러고도 안 되는 부분은 우리가 고통을 감내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도리밖에 없다.
대미 무역관계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대체로 제조업에서 비교우위가 있고 미국은 농업과 서비스업에서 비교우위가 있다. 그런데 이번 협정에서는 이러한 이해대립이 대체로 합리적인 선에서 절충이 이루어졌다고 여겨진다. 특히 농업부문에서 쌀,그리고 서비스업부문에서 전력 우편 병원 약국 방송 통신 등 대부분의 민감 항목이 개방에서 사실상 제외되었다는 점에서 낮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 경제가 당장 겪어야 할 고통을 줄여주었다는 점에서 잘된 일이지만 한편에서는 그만큼 자유무역의 효과를 감쇄시켰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협정은 세계 최대시장이며 최선진국인 미국과,그것도 일본 중국 등 경제규모가 큰 다른 나라들에 앞서 미국과 자유무역을 실현하게 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은 우리 경제가 선진화를 앞두고 세계무한경쟁 시장에서 당당하게 정면 승부하여 성장을 이끌어 가겠다는 것,그리고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앞서 북미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선점할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자유무역을 일본 중국 아세안,그리고 EU와 남미 등으로 계속 넓혀가야 할 것이다. 미국과의 자유무역을 성사시켰으니 만큼 이들 지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둘째,일부 농업과 서비스업 등 피해를 보는 부문에 대한 충분한 보상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며 동시에 이들 산업의 업종전환 등 구조조정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차제에 산업구조조정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전 산업의 경쟁 산업화가 되어야 한다. 우리경제가 지금 감속성장 단계에 있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거니와 이러한 감속위기를 극복하는 성장 동력으로서 이번 협정을 활용해야 한다.
넷째,이번 협정은 개성공단 문제 등 미진한 문제들이 있는데 이들 문제를 단시일 내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끝으로 이 협정의 비준 문제에 정치권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비준에 실패한다면 국익의 손실은 물론 나라의 대외신인도에도 적지 않은 손상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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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 前 한국은행 총재
△1936년 전북 김제 출생
△이리공고,서울대 경제학과,뉴욕주립대학원 경제학박사
△한국은행 입행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한은 금통위원
△청와대 경제수석
△건설부 장관
△ 한국경제학회 회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現 중앙대 명예교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랜 진통 끝에 양국 정부 간에 타결됐다. 양국 간 주고받는 협상에서 최선을 다했고 결과도 대체로 무난하다고 여겨진다. 한·미 FTA는 이해득실이 사람마다 산업마다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국론의 찬반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큰 흐름에서 선진화를 앞둔 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생각할 때 한국과 미국 간의 자유무역은 감속성장 단계에 들어선 우리 경제의 선진화 도약에 새 지평(地平)을 열게 되었다는 점에서 잘된 선택이었다.
돌이켜 보면 거센 여론의 역풍 속에서 어렵게 내린 결정이 후일 나라경제에 큰 힘이 된 역사적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한 사례로서 박정희 정부의 부가가치세제,노태우 정부의 5대 신도시 건설,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김대중 정부의 의약분업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의 한·미 FTA 협정도 부동산 보유과세 현실화 조치와 더불어 노무현 정부의 역사적 치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강한 이웃과 교류하면 종속되고 착취당한다는 것은 옛날 제국주의 시대의 국제관계였다. 이 때 힘이 약한 나라는 문호를 닫고 보호주의로 장벽을 쌓았다. 그러나 지금은 나라의 경제적 국경이 없어지고 있는 자유무역 시대다. 어느 나라나 문호를 닫고 고립해서는 발전할 수 없는 시대다.
이러한 관계는 남북한의 경제성과가 극명하게 입증한다. 1973년 이전까지 남한보다 앞서 있던 북한이 남한에 역전돼 오늘날 국내총생산(GDP)에서 30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개방과 폐쇄의 차이다. 우리나라는 인구는 많고 시장은 좁고 자원은 없는 나라다. 그래서 숙명적으로 시장과 자원을 해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으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외국과 무역을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유럽 30여개국은 EU로 통합되어 경제적 국경이 완전히 제거되고 화폐까지도 통합되었으며,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아메리카 국가들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의해 자유무역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도 나름대로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무역장벽을 허물어 가고 있다. 그런데 아시아는 나라마다 경제 환경이 크게 다른데다 특히 한·중·일 간의 역사적 갈등으로 인해 역내 경제통합이 어려운 상황이며 이 때문에 각국이 개별적으로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은 미국 EU 아세안 등 세계 여러 지역과의 자유무역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21세기 들어서서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어느 나라나 겪어야 하는 감속성장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들도 대략 1970년대 초에 이러한 과정을 겪었으며 이때 일본은 10% 성장이 4%로 연착륙했고 독일은 6~7%성장이 2%로 경착륙한 바 있다. 지난 40년간 8%씩 성장해온 우리나라가 이러한 성장감속 단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한·미 간의 자유무역은 그러한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무역이 이루어지면 두 나라 사이에 보다 양질의 제품을 더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능률적인 생산자가 공급을 맡고 이것을 서로 교환해서 소비하게 되는데 여기서 나오는 효과는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하나는 성장촉진 물가안정 국민생활 향상의 효과다. 자유무역이 되면 역내의 수출입 비용이 싸져서 새로운 무역이 창출될 뿐만 아니라 역외무역이 역내로 이전하는 효과가 있어 무역이 확대되고 경제성장이 촉진된다.
다른 하나는 산업구조에 미치는 효과다. 두 나라 생산자 중 더 싸고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쪽에서 공급을 맡게 됨으로써 경쟁력이 없는 생산자는 도태되거나 생산을 줄여야 하고 이 때문에 실업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분들의 주된 논거인데,이러한 산업구조 효과는 한편에서 보면 경쟁력 취약산업의 위기를 불러오는 것이고 다른 편에서 보면 경쟁력을 강화하여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력 취약산업 문제는 당장 고통을 주는 것이고 산업구조 고도화의 이득은 장기간에 걸쳐 그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산업구조 효과는 지금 우리 경제 최대 현안인 양극화를 심화시키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대국이 중국과 같은 저임금 국가가 아니고 우리보다 고임금 국가이기 때문에 그러한 양극화 촉진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예컨대 중소 제조업은 미국과의 자유무역에서 피해부문이 아니라 수혜부문이 될 것이다.
경쟁력 취약산업 문제는 우리경제가 겪어야 할 최대 현안이라 하겠는데 이 문제는 협상에서 적용예외 부문으로 지정토록 최대한 노력하고 그러고도 안 되는 부분은 우리가 고통을 감내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도리밖에 없다.
대미 무역관계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대체로 제조업에서 비교우위가 있고 미국은 농업과 서비스업에서 비교우위가 있다. 그런데 이번 협정에서는 이러한 이해대립이 대체로 합리적인 선에서 절충이 이루어졌다고 여겨진다. 특히 농업부문에서 쌀,그리고 서비스업부문에서 전력 우편 병원 약국 방송 통신 등 대부분의 민감 항목이 개방에서 사실상 제외되었다는 점에서 낮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 경제가 당장 겪어야 할 고통을 줄여주었다는 점에서 잘된 일이지만 한편에서는 그만큼 자유무역의 효과를 감쇄시켰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협정은 세계 최대시장이며 최선진국인 미국과,그것도 일본 중국 등 경제규모가 큰 다른 나라들에 앞서 미국과 자유무역을 실현하게 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은 우리 경제가 선진화를 앞두고 세계무한경쟁 시장에서 당당하게 정면 승부하여 성장을 이끌어 가겠다는 것,그리고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앞서 북미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선점할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자유무역을 일본 중국 아세안,그리고 EU와 남미 등으로 계속 넓혀가야 할 것이다. 미국과의 자유무역을 성사시켰으니 만큼 이들 지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둘째,일부 농업과 서비스업 등 피해를 보는 부문에 대한 충분한 보상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며 동시에 이들 산업의 업종전환 등 구조조정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차제에 산업구조조정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전 산업의 경쟁 산업화가 되어야 한다. 우리경제가 지금 감속성장 단계에 있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거니와 이러한 감속위기를 극복하는 성장 동력으로서 이번 협정을 활용해야 한다.
넷째,이번 협정은 개성공단 문제 등 미진한 문제들이 있는데 이들 문제를 단시일 내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끝으로 이 협정의 비준 문제에 정치권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비준에 실패한다면 국익의 손실은 물론 나라의 대외신인도에도 적지 않은 손상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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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 前 한국은행 총재
△1936년 전북 김제 출생
△이리공고,서울대 경제학과,뉴욕주립대학원 경제학박사
△한국은행 입행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한은 금통위원
△청와대 경제수석
△건설부 장관
△ 한국경제학회 회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現 중앙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