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김택진 사장이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창립 10주년 기념 간담회'라고 했다.

하지만 해명하기 위한 자리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엔씨소프트는 요즘 곤경에 처해 있다.

실적 악화,'리니지3' 개발팀 전원 해고와 임직원 사기 저하,게임포털 '플레이엔씨'의 부진 등 악재가 줄을 이었다.

김 사장은 "처음 하는 기자간담회라 떨린다"며 입을 열었다.

-최근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얼마나 수습했나.

"작년에 임직원에게 토인비 말을 많이 인용했다.

'성공은 반드시 복수를 한다'는 말이다.

리니지 시리즈로 홈런을 두 방 날렸지만 사실은 치명적이었다.

이후 계속 아웃만 당하다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10년 전 회사를 세울 때처럼 작은 아이디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모습으로 회사 분위기가 변한 것 같다."

-리니지3 개발팀 해고는 큰 사건이었다.

"리니지3 팀을 전원 면직시킨 건 껍질을 벗었다는 의미다.

물론 고통도 심했지만 환골탈태했다는 장점도 있다.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사람에 대한 신뢰가 많이 생겼다.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일을 하고 있는지 서로 깨우쳤고 이를 통해 회사가 완전히 재정비됐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창의력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리니지3는 어떻게 되나.

"리니지3 프로젝트 자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물론 게임이 안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의외로 더 재미있는 게임이 나올 수도 있다.

좋은 소식이 될 것 같으나 아직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

'리니지'라는 이름은 우리가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일종의 프랜차이즈다.

그래서 리니지 시리즈는 계속된다.

또 PC와 비디오(콘솔)를 아우르는 프로젝트가 두어 개 진행 중이다."

-인터넷 사업을 준비하는가.

"검색인력 100여명이 2년째 검색엔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아직은 연구개발(R&D) 단계라 포털 사이트의 검색까지 가기엔 시간이 좀 걸리고 아직 그럴 만한 단계도 아니다.

그러나 많은 투자를 쏟아붓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게임포털 플레이엔씨는 앞으로 꾸준히 서비스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우선 다음 달 아이디 하나로 모든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아이디를 최초로 플레이엔씨에 선보인다."

-올해 전망 등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가 준비한 게임들이 연말에 나오기 때문에 올해 실적은 그리 좋을 것 같지 않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됐기 때문에 세계 시장을 얼마나 개척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여담이지만 아들이 둘 있는데 한때 게임에 미쳐 있다가 요즘엔 게임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게임이 너무 뻔해서 재미가 없다'면서 '아빠가 새로운 거 빨리 만들라'고 보채는 데 무서웠다(웃음).엔씨소프트뿐 아니라 우리나라 게임업계의 현주소이자 숙제인 것 같다.

인수합병 계획은 없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