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는 한국시장에서 '미국차 중흥시대'를 이끌 모멘텀이 될 것이다."(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

"관세 8% 철폐만으론 유럽차와 일본차에 길들여진 한국 수입차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이영철 GM코리아 사장)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자동차업체의 한국지사장들은 한·미 FTA가 수입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일단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긴 만큼 판매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관세 철폐 효과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지지부진한 미국차 점유율을 얼마나 끌어올릴지에 대해선 업체마다 생각이 달랐다.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은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이 한번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자명한 이치"라며 "2009년께 한·미 FTA가 정식 발효되면 몬데오나 파이브헌드레드 등 주력 차종의 판매가격이 동급 국산차와 비슷해지는 만큼 판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영철 GM코리아 사장은 한·미 FTA가 국내 수입차 시장 판도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통관 기준 8% 관세가 없어지더라도 실제 소비자가격은 5% 남짓 떨어지는 데 불과한 데다,2000cc 이상 대형차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를 10%에서 5%로 낮추는 것은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에 적용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장은 "미국차가 한국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아닌 스타일 때문"이라며 "한국인의 취향이 아기자기한 일본과 유럽차에서 선이 굵은 미국차로 바뀌지 않는 한 급격한 시장점유율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수많은 수입차 업체가 마케팅 차원에서 차값의 7%에 해당하는 등록세와 취득세를 대납해주고 있다"며 "일본·유럽차들이 미국차를 겨냥해 대대적인 할인 공세에 나설 경우 FTA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가 미국 자동차 업체에 큰 선물인 것은 분명하지만 메이커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