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통령 답더라.자신감이 있으니 참 잘하더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3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타결과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두고 이렇게 극찬했다.

사사건건 '비수'를 겨누던 평소의 태도와는 정반대였다.

한·미 FTA 타결을 놓고 ,노 대통령의 대표적 '정적'들이 우군 세력을 다짐하며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적어도 한·미 FTA에 대해선 대통령과 한나라당 간 '대연정'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탄핵 주역'으로 'Mr.쓴소리'로 불리는 민주당 조순형 의원까지 "소신을 갖고 추진했다"며 노 대통령의 리더십에 '단소리'를 했다.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 등 현 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낸 동지들이 완전히 등을 돌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나라당에선 이날 한·미 FTA주역들에 대한 '칭찬 릴레이'일색이었다.

강 대표가 노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발언을 한 데 이어 '대통령 저격수'로 통하는 전여옥 최고위원은 "한·미 FTA 협상 결과를 지켜보면서 협상팀의 전력에 대해 정말 칭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김종훈 수석대표와 이혜민 기획단장,총사령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평가가 나오든 그 분들의 큰 역할은 우리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피겨의) 김연아 선수나 (수영의) 박태환 선수 못지않게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최고위원은 전날 "한·미 FTA의 물꼬는 노 대통령이 텄지만 국회 비준까지 그 완성은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을 도와주고 격려하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앙위 의장을 맡고 있는 이강두 의원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FTA는 정치의 문제도,이념의 문제도 아니라는 점에는 적극 공감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세종로포럼 강연회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성사시킨) 한·미 FTA체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의원들에게 국회비준안 통과를 당부했다.

박 전 대표는 FTA타결 직후 "국익차원에서 노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개헌,남북정상회담 등을 추진하는 데 대해선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

한·미 FTA타결에서 받은 탄력으로 개헌,정계 개편 등 정치 현안에 좀 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선을 그은 것이다.

민주당 조 의원은 "노 대통령은 지지 세력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 정치적 이익을 감수하고 소신을 갖고 추진하고 결단을 내렸다"며 "국가 이익 앞에선 여야 없이 평가해야 한다"고 두둔했다.

노 대통령과 날카로운 각을 세워온 그로선 매우 이례적인 언행이다.

그는 "좀 더 높은 차원의 초당적 위치에서 통합과 관용의 리더십으로 국론 분열을 하루빨리 치유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