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협력사에서 글로벌 아웃소싱의 중심으로.'

자동차와 전자가 한·미 FTA의 수혜업종으로 분류되면서 이들 업종과 관련된 부품회사들의 위상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자동차·전자 부품업계는 그동안 현대차,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의 협력사 역할에 충실해왔지만 이번 FTA타결로 '글로벌 아웃소싱'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시장을 넘어 이제 미국시장에서도 '귀한 손님'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가장 큰 위상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 부품업계다.

미국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업체들의 글로벌 아웃소싱 확대 방침과 맞물려 미국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빅3'는 원가 절감을 위해 우리나라 부품업체들에 협력의사를 타진하는 등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는 미국 업체뿐 아니라 도요타와 혼다 BMW 등 미국에 공장을 갖고 있는 일본과 독일의 자동차 업체들과의 협력도 기대된다.

부품업체들의 글로벌 전략에도 큰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를 따라 현지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앞으로는 미국에 대해서 만큼은 현지 공장이 없어도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미국 시장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타이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만큼 (FTA 타결로) 수출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FTA의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글로벌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전자 부품업계도 마찬가지.현재 국내 전자부품업체 숫자는 대략 4만여곳에 달하지만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의 협력사에 그치고 있다.

기술력은 일본 대만 업체들과 견줘 뒤지지 않지만,지나치게 국내 시장(대기업)에만 편중됐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FTA 타결로 국내 전자부품회사들은 월풀 GE 등 미국 가전회사들에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됐다.

특히 2∼5%에서 0%로 관세가 철폐되는 생활가전이나 디지털TV 관련 부품회사들이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 관계자는 "국내 전자부품 회사들은 앞으로 미국 회사들을 상대로 직수출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가전이나 디지털TV에 쓰이는 백라이트유닛,기판,LDI(LCD구동칩),편광판 등을 만드는 부품회사들은 국내에 이어 미국이라는 거대 신시장을 얻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이태명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