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후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저부담-고급여' 형태의 국민연금 수급구조를 고치지 않은 채 기초노령연금법만 통과시켜 가뜩이나 급속한 고령화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정부의 재정부담을 더 가중시켰다는 비판이다.

이렇게 되면 하루 800억원씩 잠재 부채가 쌓이고 기초 노령연금 지급에 따라 2010년 3조5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한나라당에 비난의 화살 집중

여론의 화살은 한나라당에 몰리고 있다.

참여연대는 3일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이 정부의 기초노령연금법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스스로가 제출했던 연금개혁안의 진정성을 부정하고 연금 가입자들을 기만하고 조롱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연금재정의 장기안정과 빈곤노인 문제를 풀기 위해 연금을 기초연금(가입자 평균소득의 20%)과 소득비례연금(20%)으로 이원화시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면,당연히 정부의 기초노령연금법안에 반대했어야 하는데 선거를 의식해 곧바로 통과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한나라당이 반대해서 기초노령연금이 못나가게 되면 어르신들이 (선거 때)가만 있겠냐"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통과된 기초노령연금법과 국민연금법을 한데 묶은 새로운 연금법 개정안을 곧 재상정할 계획이지만 현 의회 상황에선 결론을 내기 힘들 것"이라며 "결국 차기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보험료율과 수급대체율 조정할 것"

강기정 열린우리당 보건복지위 간사는 "한나라당이 기초노령연금법에 찬성했기 때문에 이제 기초연금에 대한 논의는 접어야 한다"며 "문제는 재정 안정화인데 곧 민주당 통합신당모임 등과 얘기해서 의원입법 형태로 보험료율(9% 또는 12.9%)과 수급대체율(50% 또는 40%)을 적절히 조정한 법안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열린우리당 안에 무더기 기권표를 던져 법안을 부결시키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통합신당모임 측은 국민연금특위를 구성,적정수준의 보험료율과 수급대체율을 다시 결정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한편 재경부와 복지부,기획예산처 등 3개 부처 장관들은 이날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재정 안정화를 꾀하는 동시에 기초노령연금제도를 통해 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이번 연금 개혁의 기본 목표"라며 "기초노령연금과 연금법 개정안이 함께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보다 깊은 사려와 재고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박수진/노경목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