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 시대] FTA를 新성장엔진으로(2)‥'40억 시장'을 코리아의 안방으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06년 10월17일,미국 언론들은 "인구가 3억명을 넘어섰다"며 특집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미국 인구가 2억명을 돌파(1967년 11월)한 지 39년 만에 3억명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내수시장이 넓어지고 젊은층의 소비를 겨냥한 기업의 혁신이 활기를 띨 것"이라며 미국 경제의 미래를 낙관했다.
이듬해인 2007년 4월2일 오후 1시,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지었다.
3억 인구의 미국 시장을 '우리의 안방'으로 만든 순간이었다.
◆FTA는 우리 시장 넓히기
FTA를 체결하면 관세가 철폐된다.
두 나라의 상품이 오가는 데 부과하는 세금이 없어지기 때문에 경제 국경이 사라진다.
따라서 FTA 상대국의 시장이 넓을수록 시장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다.
3억명이 넘는 미국 시장에 관세 없이 들어가는 만큼 우리 기업들에는 엄청난 기회가 생긴 셈이다.
유럽연합(EU) 중국과의 FTA까지 체결하면 시장 규모는 획기적으로 커진다.
EU 인구는 5억명에 달하고 중국은 13억 인구다.
미국을 포함해 21억명의 시장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여기에다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 이미 FTA를 체결한 국가들,인도 캐나다 아세안 등 협상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국가들,향후 협상을 진행할 국가들까지 감안하면 세계 40억 인구가 우리의 시장으로 들어온다.
시장이 달라지면 수출과 투자환경도 달라지고 무역과 경제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개리 베커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기업의 혁신은 새로운 제품과 아이디어에 대한 충분한 수요가 있을 때 가능하다"며 시장 규모가 경제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장 규모가 클수록 대박 상품이 나올 확률이 크기 때문에 기업가들의 모험정신을 부추기고 다양한 혁신을 유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 상승 기대
경제전문가들은 FTA 체결로 교역이 늘어나면 자원 배분이 효율화하고 국민소득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 칠레의 경우 연평균 미국 수출 증가율이 크게 높아졌다.
캐나다는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11%,멕시코는 연평균 23% 수출이 급증했다.
한국 역시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칠레에 대한 수출 증가율이 연평균 28~66%에 달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한국으로 들어오려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늘어난다.
산업자원부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한국산업연구원(KIET) 등과 함께 연구한 결과 외국인 FDI는 한·미 FTA 체결로 연간 30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에 들어오려는 미국 기업들은 한국 시장만 노리는 것이 아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대규모 경제권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한국을 활용하려는 미국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
중국이나 일본 EU 등과 FTA를 체결할수록 한국은 세계의 경제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의 허브 전략은 바로 FTA 전략인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얻는 것이 많다.
미국과 칠레 싱가포르 등의 상품이 무관세로 들어오는 만큼 값싸게 살 수 있고 선택의 폭도 넓어져 소비가 늘어난다.
재정경제부는 FTA 체결에 따른 소비자 후생 효과가 최고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과 투자 소비가 모두 늘어나는 만큼 경제성장률도 추세적으로 높아져 4% 중반 수준으로 평가받는 잠재성장률도 '업그레이드'된다.
성장률이 높아지면 국민소득도 빨리 증가해 1인당 3만달러 소득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생기는 자유무역의 이점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신용도 개선 효과도
FTA는 안정적 수출 시장 확보라는 경제적 측면 외에도 국가신용도 상향 조정 등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긍정적인 후광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본래 가치에 비해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날 기회인 셈이다.
실제로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하는 한 국제 신용평가회사는 미국과의 FTA 협상 진행 상황을 한국의 신용등급 평가에 중요한 항목으로 취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미 FTA 타결은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평가한 뒤 "이것이 한국의 신용등급 상승이나 중국,일본에 대한 경쟁력 향상의 기회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샌드위치서 벗어나는 계기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얼마 전에 "중국은 쫓아 오고 일본은 앞서 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다.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고생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반도의 위치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20년이 더 걱정"이라는 것이다.
한·미 FTA는 이 같은 샌드위치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우리의 전략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경제국경을 허물어 시장의 협소함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 보면 미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 환경은 더욱 치열해진다.
국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하기조차 어려운 기업환경이 조성된다는 얘기다.
박태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은 "FTA라는 것도 생물체와 같은 것"이라며 "이득이 거의 없을 수도 있고 극대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FTA가 가져다주는 혜택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박 원장은 강조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미국 인구가 2억명을 돌파(1967년 11월)한 지 39년 만에 3억명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내수시장이 넓어지고 젊은층의 소비를 겨냥한 기업의 혁신이 활기를 띨 것"이라며 미국 경제의 미래를 낙관했다.
이듬해인 2007년 4월2일 오후 1시,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지었다.
3억 인구의 미국 시장을 '우리의 안방'으로 만든 순간이었다.
◆FTA는 우리 시장 넓히기
FTA를 체결하면 관세가 철폐된다.
두 나라의 상품이 오가는 데 부과하는 세금이 없어지기 때문에 경제 국경이 사라진다.
따라서 FTA 상대국의 시장이 넓을수록 시장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다.
3억명이 넘는 미국 시장에 관세 없이 들어가는 만큼 우리 기업들에는 엄청난 기회가 생긴 셈이다.
유럽연합(EU) 중국과의 FTA까지 체결하면 시장 규모는 획기적으로 커진다.
EU 인구는 5억명에 달하고 중국은 13억 인구다.
미국을 포함해 21억명의 시장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여기에다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 이미 FTA를 체결한 국가들,인도 캐나다 아세안 등 협상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국가들,향후 협상을 진행할 국가들까지 감안하면 세계 40억 인구가 우리의 시장으로 들어온다.
시장이 달라지면 수출과 투자환경도 달라지고 무역과 경제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개리 베커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기업의 혁신은 새로운 제품과 아이디어에 대한 충분한 수요가 있을 때 가능하다"며 시장 규모가 경제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장 규모가 클수록 대박 상품이 나올 확률이 크기 때문에 기업가들의 모험정신을 부추기고 다양한 혁신을 유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 상승 기대
경제전문가들은 FTA 체결로 교역이 늘어나면 자원 배분이 효율화하고 국민소득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 칠레의 경우 연평균 미국 수출 증가율이 크게 높아졌다.
캐나다는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11%,멕시코는 연평균 23% 수출이 급증했다.
한국 역시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칠레에 대한 수출 증가율이 연평균 28~66%에 달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한국으로 들어오려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늘어난다.
산업자원부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한국산업연구원(KIET) 등과 함께 연구한 결과 외국인 FDI는 한·미 FTA 체결로 연간 30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에 들어오려는 미국 기업들은 한국 시장만 노리는 것이 아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대규모 경제권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한국을 활용하려는 미국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
중국이나 일본 EU 등과 FTA를 체결할수록 한국은 세계의 경제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의 허브 전략은 바로 FTA 전략인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얻는 것이 많다.
미국과 칠레 싱가포르 등의 상품이 무관세로 들어오는 만큼 값싸게 살 수 있고 선택의 폭도 넓어져 소비가 늘어난다.
재정경제부는 FTA 체결에 따른 소비자 후생 효과가 최고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과 투자 소비가 모두 늘어나는 만큼 경제성장률도 추세적으로 높아져 4% 중반 수준으로 평가받는 잠재성장률도 '업그레이드'된다.
성장률이 높아지면 국민소득도 빨리 증가해 1인당 3만달러 소득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생기는 자유무역의 이점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신용도 개선 효과도
FTA는 안정적 수출 시장 확보라는 경제적 측면 외에도 국가신용도 상향 조정 등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긍정적인 후광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본래 가치에 비해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날 기회인 셈이다.
실제로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하는 한 국제 신용평가회사는 미국과의 FTA 협상 진행 상황을 한국의 신용등급 평가에 중요한 항목으로 취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미 FTA 타결은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평가한 뒤 "이것이 한국의 신용등급 상승이나 중국,일본에 대한 경쟁력 향상의 기회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샌드위치서 벗어나는 계기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얼마 전에 "중국은 쫓아 오고 일본은 앞서 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다.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고생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반도의 위치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20년이 더 걱정"이라는 것이다.
한·미 FTA는 이 같은 샌드위치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우리의 전략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경제국경을 허물어 시장의 협소함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 보면 미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 환경은 더욱 치열해진다.
국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하기조차 어려운 기업환경이 조성된다는 얘기다.
박태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은 "FTA라는 것도 생물체와 같은 것"이라며 "이득이 거의 없을 수도 있고 극대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FTA가 가져다주는 혜택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박 원장은 강조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