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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주택시장… 사고 전환으로 '승부수'

'스포츠경영' 강조… 9월 오류 공동주택 분양

토지를 매입하고 개발계획을 세우는 주택건설 시행사와 분양대행사가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 등을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도권 땅값이 너무 올라있는 상황에서 오는 9월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땅을 주변 시세보다 높게 산 시행사들은 코너에 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지어 봤자 공사비도 건지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땅을 팔아 버리기 위해 투매에 나선 업체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 토지는 대부분 인ㆍ허가 절차를 아직 밟지도 못하거나 매입이 덜 끝나 아파트를 지을 만한 규모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분양가 자율제에서 상한제로 바뀌는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어쩌면 한번쯤 겪어야 할 '혼란'일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가 고스란히 해당 업체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이 문제다.

사업규모가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복합단지의 성격상 분양시기가 늦춰지면 이는 곧바로 업체의 사업자금 조달에 따른 막대한 금융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해 6월 천안시에서 아파트 3백여가구를 분양할 예정이었던 시행사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를 둘러싼 천안시와의 소송 문제로 분양이 반년 이상 늦춰지면서 금융비용이 40억 가까이 늘어났다"고 전하기도 했다.

금융권이 대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것도 시행사들의 땅 투매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작년만 해도 시행사들은 사업계획을 보고 돈을 빌려주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금융회사에서 땅값을 빌릴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대출심사가 매우 엄격해져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

대부분의 시행사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린 상황에서 외부요인에 위축되지 않고 사업에 오히려 탄력을 붙이는 우량 기업들이 있다.

일손 놓은 지 오래된 시행업계에서 현장 마케팅 강화로 분위기를 다잡고 미래로 도약하는 알짜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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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시행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로또처럼 인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사실 시행업체가 한 건만 제대로 수주해도 투자금액에 비해 많은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젠 사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시행사도 변화와 혁신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건설 전문시행업체 '(주)꿈을 짓는 사람들'의 정 환(사진)대표는 현재와 같은 시장상황에서 시행업계가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고 말한다.

변화된 주택시장에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적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행사는 시행⇒건설⇒분양으로 이어지는 아파트 건설의 첫 단계인 부동산을 개발하는 사업자로 현행법상 특별한 자격요건 없이 누구나 아파트 부지를 사들이고 인ㆍ허가를 따내는 시행사 업무를 할 수 있다.

직원 3∼4명을 두는 소규모부터 기업형까지 다양하다.

현재 전국에 있는 시행사는 약 1만여 개로 추정되고 있다.

정 대표는 "시행사가 우후죽순 난립하고 있지만, 성공하는 곳은 1000개 가운데 1개 회사 정도"라며 "풍부한 자금력과 정도경영ㆍ신뢰경영으로 무장하고 건전한 시장문화를 유도하는 우량기업이 많아져야만 거품원가도 사라지고 건설경기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박의 꿈'을 꾸는 시행사들이 많아졌지만, 대부분 자금력이 영세해 시장에서 퇴출되는 곳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으로 보통 아파트 부지를 사들이고 사업 인ㆍ허가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3년인데 그동안 금융비용을 못 견디고 도태되는 업체가 부지기수라는 것.

"전에는 사업성만 있으면 손쉽게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토지대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져 PF가 사실상 어려워졌어요.

시공사도 지급보증을 꺼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 대표의 설명대로 최근 대부분의 시행업계는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토지에 대한 중과세율 때문에 토지 매입가가 급등하는가 하면,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을 앞두고 있어 사업하기가 더 어려워진 때문이다.

올해부터 양도세가 60%로 중과되면서 지주들이 세금을 땅값에 전가하는 사례가 많아짐에 따라 웬만한 업체들은 신규 땅 매입을 검토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땅값이 전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0~40%지만 수도권 요지의 경우 가격 폭등으로 토지 매입가가 60~70%에 달하는 곳도 있습니다.

세금 강화로 토지 매도가 가로막히고,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로 매수세가 없으니 사실상 토지거래가 성사되기 힘든 실정입니다."

건설시행 업계에 15년간 몸담아 왔던 정 대표는 집 지을 땅을 매입해 건설사에 공사를 맡기는 주택공급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시행사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CM(건설사업관리)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업체 간 아이디어나 정보공유를 통한 질적 향상을 추구하는 한편, 수요자의 입장에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가 말하는 생존의 비방이다.

그는 이런 '사고의 혁신'을 밑천삼아 지난 2002년 (주)꿈을 짓는 사람들을 설립했다.

(주)꿈을 짓는 사람들은 연혁은 짧지만 설립 이듬해 민간업계 최초로 공동주택건설에 CM을 도입하는 등 분명한 발자취를 남겼다.

금호건설과 손잡고 지난 2005년부터 진행해온 1000세대 규모의 인천 오류지구 공동주택사업은 오는 9월부터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시공사와 수요자(분양자)가 시행사의 가치를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수요자들은 시행사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반면 시공사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프리미엄과 가치를 부여하고 있어요.

하지만 시행사의 자질이 상품의 품질에 기여하는 바는 대단히 큽니다.

토지매입부터 설계 인허가 시공 분양 등 각 분야에 걸쳐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거든요."

시행사의 질적 수준을 높여 제 가치를 인정받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정 대표는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잉태된다고 믿는다.

건강한 몸과 마음이 곧 기업의 성과로 이어진다는 생각에서 그는 직원들에게 꾸준한 체력관리를 통해 열정적이고 진취적인 마인드를 갖출 것을 주문한다.

그 역시도 양주CC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비롯해 7차례의 각종 골프대회에서 챔피언을 거머쥐었을 정도로 숨은 실력파다.

"스포츠와 기업경영은 비슷합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때까지의 인내와 그 이후의 쾌감, 그 동안의 겸손한 자세가 경영 과정과 똑같거든요.

골프가 가르쳐준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지혜는 기업경영에 큰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