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입법화후 근본적 개혁 필요

앞으로 우리나라의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단계로 지난 2일 부결된 개혁안을 여야합의로 수정, 다음 회기에 입법화한 후 2단계로 재정건전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일 `딜레마에 빠진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2일 본회의에서 근소한 차로 부결된 국민연금 개혁안의 핵심은 급여삭감과 보험료 인상을 통한 재정불안의 완화였지만 개혁안이 실행되더라도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선진국의 연금개혁 사례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은 1889년부터 1938년에 걸쳐 확정급여형 연금제도를 도입한 후 1990년대 들어 고령화가 본격화되자 확정급여형 구조를 유지한 채 대부분 계수조정식 개혁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계수조정식 개혁이란 국가의 급여보장을 전제로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급여수준을 삭감하는 방식"이라며 "OECD국가들은 1990년대 12차례 계수조정식 연금개혁을 단행했지만 개혁 시행 3년 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지출이 감소한 경우는 캐나다, 핀란드, 미국, 스페인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연금개혁 결과 재정건전성 확보에 실패한 국가들은 결국 추가개혁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의 연금개혁 사례를 분석해 보면 연금개혁은 집권 정치연합의 의석점유율이 낮거나 쟁점대립이 첨예한 선거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추진된 경우 모두 실패했다"면서 "정치적 역학 관계와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여부가 개혁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금고갈 시기를 연기해 추가개혁을 위한 시간확보가 필요하다"며 "계수조정식 개혁은 고령화로 인한 장기적 재정건전성 악화를 저지하기는 어려울 테지만 근본적 개혁에 필요한 시간확보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의 연금개혁은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1단계로 정부가 제시했던 개혁안을 정치권의 합의로 다시 마련해 입법화함으로써 근본적인 개혁을 준비하는 시간을 확보하고 국민연금개혁은 미룰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또 "2단계로 추가로 급여를 삭감하거나 고령화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확정기여형 개인저축구좌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등 재정건전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