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개인명의로 전남 여수의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 임야와 섬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다.

4일 여수시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05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여수시 소라면 궁항마을 인근 임야와 무인도 등을 합쳐 모두 2만5000여평의 땅을 매입했다.

2005년 2월25일 본인 명의로 궁항마을 서쪽 해안과 인접한 임야 6필지 6400평을 사들인 데 이어 지난해 12월28일에는 이 일대 임야와 무인도를 포함,모두 8필지 1만9000여평을 추가 매입했다.

해안이 활처럼 생겼다해서 이름지어진 궁항마을은 한적한 어촌마을이다.

40여가구의 마을 주민들은 새고막 양식과 낙지 서대 주꾸미 등을 잡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여수시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드물게 낚시꾼들이 지나가는 경우가 있을 뿐 외지인의 발길이 거의 없는 곳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 지역이 처음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것은 1999년 말이었다.

마을에서 남쪽으로 1km가량 떨어진 달천도가 2010년 여수엑스포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이 일대는 한바탕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

여수 팔마부동산의 강형기 대표는 "1999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이전에 평당 7000~8000원 정도였던 이 일대 임야는 순식간에 4만~5만원 선으로 뛰었다"며 "2001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후에는 거래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이 회장의 부동산 구입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번 이 지역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궁항마을 이장 박종복씨는 "몇 해 전 이 회장이 직접 여수공항으로 비행기를 타고와 승용차로 마을 인근을 둘러본 뒤 땅을 매입했다는 소문이 돈 이후 부동산을 보러오는 외지인들이 간간이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외지인의 발길이 끊긴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장이 이번에 구입한 부동산 중에는 마을 앞바다에 있는 9400여평 규모의 무인도인 모개도가 포함돼 있어 용도에 관심이 쏠이고 있다.

이 일대는 여자만 건너편으로 고흥반도가 펼쳐져 있어 별장용지나 개인 레저시설이 들어서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여수시 관계자는 "2005년 당시 삼성 측이 연수원부지로 구입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으나 매입 규모가 적어 이 회장 개인용도로 사용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2005년에는 평당 4만~5만원,지난해 임야의 경우 평당 15만원,1500여평가량되는 밭은 30만원 선에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재 이 일대 임야 시세(5만~12만원)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이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