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게 봉암,내 술 한잔 받게나."

TV사극에나 나올 법한 대사지만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에겐 낯설지 않다.

사적인 만남에서 강 회장의 친구들은 이런 식으로 술을 권한다.

강 회장과 그의 고향 친구들은 이름 대신 호를 써서 서로를 부른다.

친한 사이일수록 서로간 예의를 다하면서 동시에 '회장'이라는 '무거운' 직함에서 잠시 벗어나 편하게 술잔을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술이 몇 순배 돌아 취기가 오르면 말이 격해질 수 있어요.서로를 이름이 아닌 호로 부르면 상대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지 않겠느냐 해서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약간 우스울 수도 있지만 운치도 있고 좋은 점이 많아요.나중에 모임에 합류해 호가 없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몇몇이 머리를 맞대 호를 지어줬습니다."

강 회장도 30대 중반 친구들로부터 '봉암(鳳巖)'이라는 호를 얻었다.

봉암은 강 회장의 진주 강씨 가문과 깊은 연관이 있다.

진주시 비봉산 아래에는 강씨 집안의 번영을 암시하는 설화와 얽힌 '봉(鳳)바위'가 있다.

크고 작은 돌이 봉황의 형상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강남도사(江南道士)'라는 기인이 이곳을 지나다 봉바위를 보고 "강씨의 대성함이 이 바위에 있다"고 점쳤다는 설화가 강씨 집안에 전해지고 있다.

진주 강씨는 조선조 때 높은 관직의 인물들을 다수 배출한 명문가가 됐는데 이를 봉바위의 덕이라고 믿고 있다.

봉바위가 위치한 비봉산에도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비봉산의 원래 이름은 봉황산.일제시대 때 제왕의 기운을 상징하는 '봉(鳳)'을 쫓기 위해 '황(凰)'이라는 글자를 빼고 '봉이 날아가 버렸다'는 뜻의 '비(飛)'자를 넣었다.

강 회장은 "한때 명함에 직함은 쓰지 않고 호만 써 넣었다"며 "특별히 잘난 것도 없는데 그래도 이만큼 성공한 것은 호가 좋아서가 아니겠느냐"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