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99년 10년차 전업주부였던 김영휴씨(43)는 두 아이를 낳으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평소 손재주가 좋기로 유명했던 김씨는 자신을 위한 가발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미용재료상에서 재료를 구입해 헤어핀처럼 머리에 간편하게 꼽을 수 있는 가발 '헤어보톡스'를 2001년 개발,특허등록까지 받았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좋자 김씨는 아예 가발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그가 2003년 세운 가발회사 씨크릿우먼은 2006년 헤어보톡스로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 이길순 에어비타 대표(43)는 1991년 천식으로 고생하는 이웃집 아이를 보고 마음 아파하다 값싼 공기청정기 개발에 도전했다. 그는 서울 청계천 등을 다니며 부품을 사다가 발명에 몰두했다. 이 제품 개발에 나선 후 집까지 팔기도 했던 그는 2002년 기존 필터 방식 대신 음이온 방식을 이용,전구만한 크기에 가격도 10만원 이하로 저렴한 공기청정기 '에어비타'를 내놨다. 이 제품은 200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 발명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에어비타는 올해 100억원대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성 에디슨'들이 뜨고 있다. 여성들이 특유의 섬세함과 생활 속 아이디어를 앞세워 발명·특허 분야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5일 특허청에 따르면 여성의 국내 특허 및 실용신안 출원 건수는 1996년 2651건에서 지난해 1만9833건으로 지난 10년 동안 6.5배나 증가했다. 이처럼 출원 건수가 급증하면서 전체 출원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9%에서 12.7%로 늘어났다.

여성들의 특허출원이 이처럼 느는 것은 여성들이 주요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성들의 마음을 꿰뚫는 여성 발명가 제품들의 수요가 점차 확대되면서 관련 특허출원도 증가하고 있는 것. '한경희스팀청소기'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 대표는 전업주부 시절 '걸레 청소를 대신해 주는 기기를 만들면 주부들이 앞다퉈 살 것'이라는 아이디어로 한경희스팀청소기를 개발,지난해에만 1200억원어치를 판매하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여성 연구인력의 확대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금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까지 여성 연구원들이 진출해 특허 제품을 내놓고 있다. 동아제약이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선보인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는 제약 업계 최초 여성 연구소장인 이 회사 유무희 이사의 작품이다. 배은희 리젠 대표는 음경 확대 수술용 의료제품인 '이노폴디'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한미영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은 "지난해 여성발명품박람회에 5만~6만명의 여성이 찾아올 정도로 여성들의 발명 열기가 뜨겁다"며 "앞으로 여성들의 지식재산권 창출 활약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