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파업 기대도 갖고 있다."(조남홍 기아자동차 사장)

"올해 임금교섭은 파업 없이 진행하겠다."(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

파업을 연례 행사처럼 치러온 자동차 업계에 무파업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번지고 있다.

올해 그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 파업에 대한 국민적 비난 여론이 부담스러운 데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도 산별노조 출범 첫해를 맞아 무파업 교섭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의 핵심 세력이자 초강성인 자동차 노조가 올해를 파업 없이 넘길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남홍 기아차 사장은 5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07 서울모터쇼'에 참석,무파업 임금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조 사장은 "현재 분위기가 좋아 올해 노사문제는 잘 풀릴 것"이라며 "무파업에 대한 기대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도 회사의 경영환경이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서도 무파업 교섭 방침을 내건 만큼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기아차는 올해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다.

쌍용차는 이날 모터쇼 행사장에 정일권 노조위원장이 직접 나와 무파업 임금교섭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정 위원장은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가 투자와 고용에 대한 약속을 지켜 나간다면 노조도 무파업 임금교섭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천훙 상하이차 총재와 만나 투자와 고용 안정의 중요성에 대해 대화했고 이에 대한 확답도 받았다"면서 "쌍용차가 처한 현실을 기존과 다른 시각으로 풀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 최형탁 사장도 "쌍용차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사 모두가 힘을 합쳐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달 29일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노사경영발전협의회를 발족시켰다.

쌍용차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상 때인 지난해 8월14일부터 30일까지 12일간 공장 문을 닫아거는 '옥쇄 파업'을 벌여 3872억원(1만7200대)의 손실을 회사 측에 입혔다.

현대차에도 노사 간 상생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박정인 현대차 수석 부회장은 지난달 20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및 현대차 출신인 정갑득 금속노조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갖고 노사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노사 상생의 길을 모색하자는 의사를 전달했고,민주노총 지도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올 사업계획에 무파업 교섭이 들어가 있다"며 "산별 전환 첫해부터 극심한 파업 투쟁이 벌어질 경우 민주노총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정치적으로도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자동차 업계 노사 협상이 어느 때보다 부드럽게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