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2000명이 넘는 초대형 영미계 로펌이 최소 15개 이상은 들어올 겁니다."

법무법인 화우의 윤호일 대표는 초읽기에 들어간 법률시장 개방의 파장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소속 변호사 수만 3000명을 헤아리는 세계 최대 로펌 베이커앤드맥켄지(Baker & Mckenzie)에서 16년간 근무한 윤 대표는 국내에서 미국 로펌에 정통한 몇 안 되는 변호사다.

윤 대표는 5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타결로 한국 법률시장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외국 로펌들에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로펌의 성향에 대해 그는 "영국계보다는 덜 공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커앤드맥켄지 파트너로 근무한 10년 동안 여러 나라에 사무소를 세웠는데 현지 문화와 전통을 자극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내 서열 6위 로펌을 공중분해시킨 영국계 링클레이터스와 같은 '무리한' 행동을 하기보다는 국내 로펌과의 제휴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한국 시장에 접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종래 법률시장의 관행에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까지 국내 로펌 간에는 크게 경쟁하지 않았습니다.대기업도 로펌이나 변호사를 선임할 때 인간관계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그러나 앞으로는 법률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기반으로 로펌 간 차별화가 진행될 겁니다."

서비스 경쟁에 돌입할 경우 전반적으로 로펌의 수임료는 높아지겠지만 퇴출되는 로펌도 나올 수 있다는 경고다.

같은 맥락에서 윤 대표는 한국계 미국 변호사의 국내 진출에 대해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경우 법률문화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쳤다.

윤 대표는 베이커앤드맥켄지 창설자 중 한 명인 베이커씨로부터 받은 감동적인 장면 한 컷을 소개했다.

1973년 윤 대표를 비롯한 새내기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에서 베이커씨는 "내가 한 일이 뉴욕타임스 1면 톱기사로 실린다고 생각하고 행동해 달라"며 변호사들의 윤리의식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무한경쟁 시대에는 법률서비스의 수준과 윤리규범 준수가 로펌의 생사 여부를 가르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