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체결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은 한·미 FTA 타결에 대한 경계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지난달 사실상의 예비 협상인 산·관·학 공동 연구를 시작한 데다 이미 농산물(한국) 자동차(중국) 등 민감품목을 서로 제외하는 것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양해를 이뤄 내년 상반기께에는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산관학 1차회의

중국은 2002년부터 한·중 FTA를 강력히 희망해 왔다.

한국의 대 중국 무역흑자가 한 해 200억달러를 넘는 상황에서 수출을 늘리는 한편 국제 정치적으로도 미·일과의 경쟁에서 한국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일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자 보시라이 중국 상무부장은 5월 한국을 방문,"한국이 FTA 협상에 안 나선다면 아예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지난해 11월 통상장관 회담에서 산·관·학 공동 연구 개시에 합의했으며 지난달 22~23일 1차 회의를 열었다.

양국은 6월과 9월 두 차례 더 회의를 개최하며 이후 결론을 내기로 했다.

중국은 연구 결과에 따라 올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나 아세안(ASEAN)+3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협상을 시작하길 강력히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2월 한국의 대선을 감안하면 새 정권이 출범하는 내년 2월 이후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교역품목 10% 예외'논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농산물이다.

농산물 수입이 10조원가량 증가하면서 마늘 양파 등 233개 품목이 피해를 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중 관계를 생각할 때 FTA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농·수산물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양국은 농산물을 빼는 방안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룬 상태다.

지난해 한국이 "각각 교역 품목의 10%씩을 관세 철폐 예외로 한다면 협상할 수 있다"고 제안했고 중국이 긍정적인 답을 한 것.10%라면 한국은 모든 농산물을 뺄 수 있으며 중국은 자동차 철강 화학 등을 제외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은 중국에 대해 철강 등은 제외할 수 없으며 대신 지식재산권 등을 포함한 포괄적 FTA는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양국은 지난달 산·관·학 공동 연구 1차 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양국이 최종적으로 10%씩 제외하는 방안에 합의한다면 FTA는 생각보다 쉽게 출범할 수 있다.

다만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이 모두 제외된다면 경제적 효과는 의문시된다.

대외경제연구원(KIEP)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과 FTA를 맺으면 경제성장률이 최대 2.3%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